[기자수첩]가출청소년 '아름이'와 '지형이'에게 필요한 것

[기자수첩]가출청소년 '아름이'와 '지형이'에게 필요한 것

박소연 기자
2013.08.01 06:33

"할아버지한테 허벅지를 맞았어요. 엄마도, 할머니도 그냥 매맞는 걸 보기만 했어요.(아름·가명·17)" "팸 사업 키워서 마크 주커버그 처럼 재계순위 1위 될 거예요. 학교 다니면서 하는 건 너무 느리고 평범해 보이잖아요?(지형·가명·16)"

아름이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학대를 받으며 컸다.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했다. 선생님도 아름이 편이 아니었다. 결국 아름이는 이리저리 떠돌다 '조건만남'으로 성병 매독을 얻었다. 지형이는 부모의 성적 압박을 못 이겨 가출했다가 3달 만에 부모 허락을 받고 '독립' 생활을 하고 있다. 또래 72명을 모아 이른바 '독립팸'을 만들어 알바비를 모은다. 집에서 반찬과 용돈까지 타 쓰는 지형이는 언론사를 설립해 떼부자가 되는 꿈에 부풀어있다.

아름이와 지형이는 대한민국의 '가출 청소년'이다. 너무도 다른 환경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집을 떠난 아이들이 '가출 청소년'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호명되고 있다.

알코올중독 아버지가 필리핀인 엄마를 구타해 집나온 아이, 아버지가 암으로 숨지고 어머니는 도망가 홀로 방치됐다 집을 나선 아이, 고아원에서 또래들에게 성폭행 당한 뒤 집(고아원)을 뛰쳐나온 아이, 사춘기 시절 '겉멋' 들어 집을 나간 아이. 아이들이 털어놓은 사연은 상상 이상으로 다양했다.

어른들은 어떤가. 교사와 학자, 교육부, 여성가족부 관계자들은 이런 '맨얼굴'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이들의 가출 행태는 '놀이형'부터 '성매매형', '기업형'까지 날로 진화하는데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시행한 '학업중단 숙려제'의 효과를 설파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출 전 학업중단을 학교에 알릴 가능성이 낮을 뿐더러 결석이 조금만 길어지면 학교가 나서 자퇴를 권유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대안학교와 쉼터, 상담센터 등 지원 기관은 많지만 길 위의 아이들과 '접속'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아름이는 너무 비참하고, 지형이는 너무 황당하다는 이유로 기사가 '소설 같다'는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사실이다. 독자들은 누구보다 부모에게 화살을 돌렸다. 부모 탓을 하기엔 사회가 비겁하다. 한국에서 청소년들의 가출은 가정 차원을 넘어 사회가 떠안고 해결해야 하는 당면과제다.

정부가 당장 수만 가출 청소년 중 '아름이'와 '지형군'을 걸러내고 맞춤형 해답을 제공하긴 어렵다. 그래도 현행 제도와 지원의 사각지대에서 어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착취되고 있는 이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현실적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찾아가는 상담'이란 '제도'의 간판을 떼고 빈손으로 아이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 필요한 도움을 줘야 한다"는 한 연구자의 말이 뇌리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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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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