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줄어든 정도 아니라 장사 안돼" 눈물…손님 90%는 중국인

#새벽 4시30분부터 일찌감치 장사를 시작한 김옥순씨(65·여)는 저녁 8시가 다 돼 가는데도 가게 문을 닫지 못했다. 15시간째 한 마리도 팔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한달 가운데 열흘은 돈 한푼 만져보지 못했다. 김씨는 "매출이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장사가 아예 안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한달새 살이 15kg나 빠졌다.
지난 8월31일 토요일 저녁 7시30분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입구에서부터 흥을 돋우는 트로트 멜로디가 흘러나왔지만 수산시장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상인들이 손님을 부르는 소리만 간간히 흘러나올 뿐 손님과 시끌벅적 흥정을 하는 등 시장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청양수산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40·남)는 "예년에 비해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전어와 꽃게가 나오는 8월말에는 손님들이 많아야 정상인데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주말에는 보통 하루에 50만원 어치는 팔리는데, 오늘은 13만원 어치 밖에 못 팔았다"고 말했다.
장사가 그나마 잘 되는 편이라는 김모씨(35·남)의 충남온양수산도 예년에 비해 매출이 50% 가까이 줄었다. 김씨는 "원래 이 시간대에는 (언론과) 인터뷰할 시간도 없이 바빠야 정상이다"라며 "단골 손님 덕분에 겨우 먹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대개 여름 휴가철이 끝나고 추석이 다가오는 8월말~9월초까지는 사람들이 지출을 줄이는 시기여서 손님이 다소 뜸한 편이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요즘 유독 '한국인'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김씨는 "손님의 90% 이상은 중국이나 홍콩에서 온 관광객"이라며 "다른 가게들이 인건비를 부담하면서도 중국동포 아주머니들을 고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2층 횟집들의 매출도 줄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1층에서 회를 산 뒤 2층 횟집에서 자릿값(1인당 3000원~5000원)을 내고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후 8시쯤 노량진 수산시장 2층에 위치한 횟집 복도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횟집 가운데 절반 정도는 겨우 1~2테이블만 차 있었다.
혹시라도 지나가는 손님을 놓치지 않기 위해 복도를 서성이던 ㅁ회센터 관계자는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던 생태탕 집도 문 닫게 생겼다는데 횟집이라고 다르겠냐"며 "매일 방송에서 방사능 위험성 타령을 하니 누가 회 먹으러 오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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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 8시쯤 ㅁ회센터에는 손님 한 무리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릿값이 3000원으로 가장 싸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던 횟집들도 절반 정도는 비어있는 상태였다.
노량진 수산시장 불황의 여파는 대리운전 기사들에게까지 미치고 있었다. 노량진에서 첫 콜을 받는다는 남상호(53·남)씨는 "보통 저녁 8시면 첫 손님을 받는데 요즘은 술 마시러 오는 손님이 없다"며 "가락시장, 상암동 시장 등 모두 (노량진과) 똑같은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남씨는 밤 10시가 다 되도록 첫 손님을 받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방사능 유출에 따른 수산물 관련 위험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노량진 수산시장 횟집에서 모임을 가진 반모씨(50·남)는 "솔직히 거부감이 있었지만 우리 서민들은 없어서 못 먹는 게 회"라며 "돔이나 전어처럼 우리나라 제철 생선을 먹은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고 말했다.
임모씨(45·여)는 "모임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노량진 횟집에) 왔지만 생선을 집 반찬으로 쓰지는 않고 있다"며 "어린 자식들이 있는 주부들은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