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갈등서 외압 논란으로 증폭된 '국정원 수사'

내부갈등서 외압 논란으로 증폭된 '국정원 수사'

김훈남 기자
2013.10.21 15:06

[국감]'수사배제' 윤석열 지청장 폭탄발언 두고 수사초기부터 곪은 갈등 폭발 해석

"이런 마당에 사실대로 얘기하겠습니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처음에는 격노를 했습니다. '야당을 도와줄 일 있냐. (체포영장 집행) 하려면 내가 사표 낸 뒤에 해라. (수사의) 순수성이 얼마나 의심받겠냐'라고 하시길래 저는 더이상 검사장님을 모시고 수사를 끌고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 원세훈 전 국정원장(62·구속) 등에 대한 추가기소로 논란의 중심에선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내자 서울고검 14층 국정감사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여당 의원들 뒤에 배석해 있던 보좌진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사태를 예의 주시했고 취재진들은 윤 지청장의 발언을 앞다퉈 보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일부 보좌진들은 인터넷 뉴스를 지켜보며 실시간 여론의 반응을 점검하기도 하고 어디론가 연락해 분주히 대책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윤 지청장의 수사배제 조치에 대해 "진상조사결과로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하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눈물을 보였고, "정식으로 보고받은 적 없다"며 다소 구체적인 답을 내놨다.

윤 지청장은 수사를 총괄지휘 하던 지검장을 향한 폭로성 발언이자 수사진행 및 보고 상황이 담긴 다소 이례적인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날 폭탄 발언이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수사 초기부터 불거져온 '공안통'과 '특수통'사이의 힘겨루기에서 나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4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무혐의'로 마무리된 경찰 수사결과 발표와 동시에 특별수사팀 구성을 지시, 이를 공표했다.

통상 선거법 위반 사건은 공안부가 수사하는 것과 달리, 공안부 검사와 특수부 검사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통해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것.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인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와 박형철 공공수사부장, 특수통인 윤 지청장이 현장 지휘를 맡았다.

검찰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혼합팀이 나섰다는 기대와 달리 특수팀의 수사는 원 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시점이 되자 어긋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윤 지청장을 필두로 한 특수부 검사들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한다는 의견인데 반해 공안부 검사들은 이를 반대했다는 소문이 수사팀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특히 구속기소로 의견을 모은 특수팀의 수사결과 보고를 받은 법무부가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적용에 난색을 표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 훼손을 염려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부당한 수사개입 논란도 불거졌다.

결국 구속기한을 넘기는 힘겨루기 끝에 수사팀은 6월 원 전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기로 하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에는 채 전총장의 전폭적인 지지도 한 몫 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검찰 특수팀은 원 전원장을 기소한 이후에도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정치 관련 글을 게재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계속해왔다. 그러던 중 채동욱 전총장이 혼외자 의혹에 연루돼 옷을 벗으며 국정원 사건 처리로 인해 '찍혀나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윤 지청장은 이날 국감에서 수사 기간 내내 국정원을 비롯한 외부에서의 압력과 싸워왔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에 대한 수사기밀 누출 우려, 정치적 외압 등을 고려해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외압을 넣은 주체 중 하나로 황교안 법무장관을 지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야당은 국정원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은 물론, 채동욱 전 총장의 찍어내기 논란까지 거론하며 공세를 폈고 여당은 윤 지청장의 행위가 절차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응수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