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말" 윤여준, 과거 안철수 비판했던 심리는…

"모호한 말" 윤여준, 과거 안철수 비판했던 심리는…

이상배 기자
2014.01.05 13:02

[이슈 인사이트] '안철수 신당' 떠났다 돌아온 이유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사진=머니투데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사진=머니투데이

정치권 최고의 '책사' 또는 '전력가'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에 전격 합류했다. 안 의원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 직전까지 안 의원을 도왔다가 지난 대선 당시 안 의원 대신 문재인 민주당 후보 쪽에 섰던 윤 전 장관이 다시 안 의원에게 돌아온 이유는 뭘까?

윤 전 장관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정추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과 한때 결별했던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안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하다가 안 하게 되니까 일이 없어서 그랬던 것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이들이 보여준 모습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안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 당시 "윤 전 장관이 멘토면 제 멘토는 김제동·김여진씨 등 300명쯤 된다"며 거리를 둔 바 있다.

윤 전 장관도 지난해 3월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안 의원에 대해 "여전히 감성적인 언어로 추상성이 높은 모호한 말을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윤 전 장관은 안 의원에 대해 "때론 아쉬울 때도 많았고 안타까울 때도 많았다"며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안 의원과 윤 전 장관의 사이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지난해말이었다. 윤 전 장관에 따르면 안 의원은 지난해 8월초 윤 전 장관을 만나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당시 윤 전 장관은 거절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또 다시 수차례 윤 전 장관을 만나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윤 전 장관을 다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윤 전 장관이 안 의원을 떠났던 가장 큰 이유는 윤 전 장관이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했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바로 '추상성이 높은 모호한 말을 한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안 의원이 자신과 정치철학을 공유하는지, 자신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믿음을 주는 지 여부에 대해 확신을 할 수 없을 터다.

역사상 최고의 심리학자 가운데 한명인 솔로몬 애쉬 전 미국 펜실베니아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사람은 성격이 분명히 드러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알아채기 힘든 사람에게는 반감을 보인다.

저명한 심리학자 월터 미셸 전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도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상충되는 수식어로 소개되는 사람에게 별로 호감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대개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해 판단할 때 '직관적 의사결정'(휴리스틱: Heuristic)을 활용해 성격이나 성향을 단순화시켜 재단한다. 그러나 상충되고 모호한 생각 또는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혼란을 느낀다. 심리학 용어로 '인지적 자원'을 많이 소모해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다. 애매모호한 성향의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게 되는 이유다.

결국 안 의원의 끈질한 '삼고초려'로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윤 전 장관처럼 안 의원의 애매모호함 때문에 안 의원을 떠난 사람이 비단 윤 전 장관만은 아닐 터다.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에는 이런 말이 있다. "가여언이 불여지언 실인"(可與言而 不與之言 失人). 터놓고 이야기할 만한데도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다.

안 의원이 4년 뒤 대선을 생각한다면 그 이전까지 스스로 넘어서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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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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