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우리 딸은 지금 뻘에 묻혀있나봐…. 얘가 나올 생각을 안 하네."
너무 큰 고통이지만 이해하는 사람과는 웃으며 얘기할 수 있다. 수화기 너머는 며칠을 함께 밤을 샜던 다른 학부모. 시신이 수습돼 현재는 안산 분향소에서 장례를 치르고 있는 어머니다.
지난 27일 실종자를 기다리는 진도실내체육관 안 매트 이불 위. 딸이 아직 물속에서 나오지 못한 어머니는 오히려 자식을 찾은 뒤 장례를 치르고 있는 학부모를 위로했다. "그래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마음 잘 추스르고, 응. 너가 힘내야 ○○가 다시 학교 돌아갈 준비도 시키지."
어머니는 한참을 그렇게 안산에 있는 다른 어머니와 수다를 떨더니 전화를 끊고는 '엉차' 하는 짧은 소리와 함께 다시 드러누웠다. 언제 감았는지 모를 부스스한 머리로, 대충 깔린 이불 위에서 어머니는 다시 잠을 청했다.
"몸은 점점 버티기 힘들어지고 마음은 찢길 대로 찢긴 가족들은…" 강당 맨 앞에 있는 대형 TV 스크린에서는 씩씩한 소리로 기자의 멘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작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준 회색 티셔츠를 입은 아버지는 뉴스 멘트 따위야 감흥 없다는 표정이었다.
둥글게 모여앉은 가족들은 한 자원봉사단체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열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을 먹으면서 간간이 웃음소리도 나왔다.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의 구조를 기다리는 가족들은 이제는 기다리기도, 슬퍼하기도 지친 모습이었다. 희생자가 189명으로 늘어나고 실종자가 113명으로 줄어들면서 상당수 가족들이 이곳을 떠났다.
오후 7시,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체육관을 찾아왔다. 강당 중앙에서 이날 수색 구조상황과 방법 등을 공손한 태도로 열심히 설명했다.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일부 가족들은 그대로 드러누워 잠을 자고 있고, 일부는 앉아서 듣고 있었다.
앞쪽에 자리잡은 아버지 하나가 손을 들었다. "오늘 물살이 세다던데 그래도 구조 작업이 가능한가요." 김 청장은 "조류가 약한 시간마다 열심히 잠수부를 투입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아버지는 입을 닫았다.
강당 왼쪽에 마련된 길다란 테이블에서 기자들은 졸린 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들겼다. 자원봉사자들은 각자의 부스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체육관 바닥에서 어떤 가족은 휴대폰 게임을 하고, 어떤 가족은 둥그렇게 모여앉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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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체육관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고 자원봉사자들은 청소를 시작했다. 가족들은 하나 둘 안대를 착용하고 자리에 누웠다. 누군가가 강당 앞 대형 스크린의 음량을 약간 낮췄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그렇게 또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