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달아주던 아들, 이제는 남겨진 편지로나…"

"카네이션 달아주던 아들, 이제는 남겨진 편지로나…"

진도(전남)=김민우 기자
2014.05.04 09:54

[세월호 참사]팽목항 찾은 태안캠프 유가족의 위로 "두번 다시 아픔 없기를"

세월호 침몰 사고 17일째인 2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자녀를 생각하며 우유를 바다에 뿌리고 있다/ 사진=뉴스1
세월호 침몰 사고 17일째인 2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자녀를 생각하며 우유를 바다에 뿌리고 있다/ 사진=뉴스1

파도가 아들을 삼켰다. 아들이 남긴 일기장을 보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아들이 쓴 편지를 읽었다. 이번이 몇 번째 읽는 것인지 모른다. 그래도 편지를 읽을 때면 아들이 내게 말을 거는 것 같다.

공부도 참 잘했다. 살아있었다면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다. 엄마는 아들의 수능날을 기다리며 달력에 숫자를 지운다. 며칠 뒤면 어버이날이다. 아들이 가슴에 꽃을 달아주던 생각이나 괜스레 왼쪽 가슴이 허전하고 아리다.

파도가 가슴에 남긴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지난해 7월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발생한 사고로 자녀를 잃은 공주사대부고 학부모 8명이 지난 3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저도 10개월 전에 아들을 잃었습니다." 고(故) 진우석군(당시 17세)의 어머니 김선미씨(47·여)는 단원고 박혜선양(17)의 어머니 손을 꼬옥 잡았다.

태안 캠프 유가족들이 팽목항을 찾은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기에 더 안타깝다.

"저희도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기에, 저분들 고통을 알기에 이곳에 왔는데 저분들에게는 저희도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네요. 저희는 그래도 시신이라도 찾았는데…." 김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같은 사고로 아들을 잃은 고(故) 장태민군(당시 17세)의 어머니 강재자씨(43·여)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저희도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한다'고 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씨는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런 이별 앞에 미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현실에 분노했다.

그는 "우리 애들 사고(태안캠프 사고)때도 파도가 애들을 휩쓸어 갔는데 경찰은 하루동안 손잡고 백사장만 수색하고 있었다"며 "이번 사고(세월호 침몰 사고)때도 며칠 동안 수색조차 못했다"고 정부의 미흡한 초동대응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태안캠프 유족들은 이런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학생안전의 날'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안전행정부와 청와대에 지속적으로 건의했지만 아직 돌아온 대답은 없다.

태안캠프 사고이후 재발방지를 위해 학교안전사고에 관한 법률도 9건이나 발의 됐지만 지난달 29일에야 겨우 2건 통과됐다.

강씨는 "우리 애들은 학교에 간 죄 밖에 없는데 저렇게 단체로 죽음을 당했다"며 "학교는 단체 생활을 하는 만큼 안전사고에 관한 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애들 죽었을 때도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한다고 해놓고 부산외대 아이들, 단원고 아이들을 다 저렇게 보낸 뒤에야 부랴부랴 법안을 통과시키는 정부와 국회가 원망스럽다"고 비통해 했다.

강씨를 비롯한 태안캠프 유족들은 이같은 비극적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확실한 정부의 대응이 마련될 때까지 싸울 계획이다.

"살아남았더니 이렇게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가족들은 이 고통을 겪지 않게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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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기자

*2013년 머니투데이 입사 *2014~2017 경제부 기자 *2017~2020 정치부 기자 *2020~2021 건설부동산부 기자 *2021~2023 사회부 사건팀장 *2023~현재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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