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영재 한국방재안전학회 회장

최근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주위사람들은 '잘 생겼다 잘 생겼다'라는 문구의 광고에 대해 호불호를 표시하고 있다. 광고주의 통신서비스 체계가 잘 구성돼 있고 품질이 좋다는 홍보 내용에는 불만이 없으나, 표현방법에 대해서는 각자 할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가재난대응체계와 역량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됐고 국가안전처의 신설을 통해 대대적인 개선이 예고되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주목받지 않고 있는 재난관리시스템은 잘 생겼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인적 재난을 관리하는 안전행정부의 재난관리시스템은 소방방재청의 재난관리시스템에서 파생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재난관리시스템 전체가 결코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잘 생겼다는 평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장중심 종합대응'의 측면에서 세월호 참사에는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중앙에서는 현장에서 발생되는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고, 집계조차도 제대로 못한다는 평을 들었다. 각 기관별로도 서로 다른 자료를 들고 사태를 파악하는 난맥상이 벌어졌다.
현장에서는 구조에 촌각을 다퉈야 할 순간, 해경-해군-공공기관 간 통신수단이 부재했다. 현장에 쌓인 지원물자는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돼야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절도사건까지 발생했다.
과연 현 재난관리시스템 뿐 아니라 앞으로 구축될 재난관리시스템으로 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재난관리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안행부의 시스템은 이번 참사를 통해 제대로 된 기능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소방방재청도 현 시스템 뿐 아니라 현재 수립한 통합 재난관리시스템 전략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운 공허한 목표만 있는 말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현 재난관리 정보 환경은 최악을 달리고 있다. △자연재해 피해 복구를 위한 지자체 복구비 신청 업무만 활성화되고 있는 재난관리시스템(NDMS) △각 기관이 업무에 전혀 활용하지 않는 재난관리정보를 제공하는 재난정보 공동활용시스템 △다수의 대형스크린으로 구성된 멀티비전만 있을 뿐 재난대응에 필요한 현장정보는 실시간 연결되지 않는 재난상황실 △지방자치단체 네트워크를 공용으로 사용해 복구비 신청마저도 전송 속도가 느려 화면이 멈추고 신청비용 집계마저 오차가 발생하는 네트워크 환경은 실패를 거듭한 재난관리 정보화의 현 주소를 말해준다.
심지어 재난상황에 직접 대응해야 하는 주무과는 현 정보화 환경을 불신해 재난대응에 필요한 상황관리 및 현장수습에 요구되는 정보를 별도 시스템을 통해 수집 및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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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정보화 계획도 마찬가지다. 소방방재청은 올 3월 '재난에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을 재난관리 정책 비전으로 △재난안전 맞춤 서비스 △재난의 대형·복합화에 따른 범정부적 현장중심 협업 △모바일 및 GPS 등 현장 중심형 기술 및 안정적 정보통신 환경 확보를 주요 골자로 하는 통합재난안전관리체계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실제 결과가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떠했는가. 재난대응 주무과는 권한 부족과 예산 부족으로 현장중심 대응업무 체계와 조직 구성방안을 설계하지 못했다. 정보화 조직은 현장중심 대응업무체계와 조직구성방안이 부재한 상태에서 '현장 중심 재난 종합대응'을 비롯한 모순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업무가 진행될 수 있는 상호협력 프로세스를 포함한 체계가 아직 부재하다는 것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마당에 그 누가 정보화 전략에 고개를 끄덕여줄지 의심스럽다.
앞으로 국가안전처가 목표로 하는 재난대응체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개발 전략을 전격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장 기초가 되는 재난대응시스템 개발전략은 재난현장 지휘체계와 유관기관 협력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라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처럼 중앙에서 지자체에 이르는 하향식(top-down) 시스템 개발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재난안전관리 총괄과와 여러 실·과·소, 관련 유관기관들이 자료를 제공 및 공유하는 시스템이 제일 먼저 개발해 활용돼야 한다.
규모가 작고 기능이 단순하더라도 재난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그 시발점은 바로 실·과·소와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상호협력 기능이다. 현장중심의 대응시스템을 토대로 지자체에서 정보수집, 전달 및 공유로 활용돼야 한다.
물론 광역시도와 중앙기관에서 모니터링 및 자원지원으로 이용되는 상향식(bottom-up) 시스템이어야 한다. 이 기능에 참여하는 조직과 조직의 역할, 프로세스, 서식, 인적자원, 그리고 통신시스템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
부실한 기능을 갖춘 시스템 개발은 또 다른 재난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필요한 기능을 충족시키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되고 있거나 앞으로 잘될 것처럼 보고하가니 지적된 문제를 핑계를 대며 회피하려는 행태도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차원에서 시스템을 개발 및 관리할 것이 아니라 재난현장이 있는 지자체 단위로 가서 재난현장에서 재난 담당자들과 실·과·소 담당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재난대응시스템이 개발되고 관리돼야 그 몫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