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건을 유출한 사람으로 지목된 박모 경정이 자신의 컴퓨터에서 파일을 삭제한 정황이 포착됐다.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경위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전날 박 경정의 컴퓨터 파일이 삭제된 것을 확인, 서울 도봉경찰서 정보과 소속 유모 경장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세계일보가 청와대 문건을 보도한 지난달 28일 이후 유 경장이 박 경정으로부터 전화로 지시를 받고 이같은 일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유출한 문서를 (컴퓨터에 저장해 뒀다가) 삭제했다면 증거인멸"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중대 범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고 있고, 파일명을 포함해 파일의 성격이나 종류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평소 박 경정과 가까이 지내던 사이로 알려진 유 경장은 파일을 삭제했다는 의혹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검찰 조사에 대해 "과장님(박 경정) 근황만 물어봤다"며 "이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만약 파일을 삭제했다면) 참고인 조사가 아니라 피의자 조사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세계일보는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대통령을 뜻하는 은어) 측근(정씨)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 사진과 함께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문건을 근거로 정씨가 박근혜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10명과 정기적으로 모여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경질시키려 시도하는 등 국정운영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청와대는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세계일보를 고소했고,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 경정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박 경정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