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리포트]개인회생, 면책비율 낮아…, 면책 받으려다 사기범 몰릴 위험

A씨는 개인회생 신청 후 성실히 변제 금액을 납부했다. 그런데 갑자기 힘들게 구한 아르바이트 자리에서도 그만 두라는 통보를 받자 막막해졌다. 재취업 자리를 알아봐야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매달 내야하는 변제금을 내지 못해 개인회생이 폐지됐다.
이처럼 과도한 빚을 진 채무자들을 갱생시키기 위해 마련된 개인회생·파산제도가 국민 생활에 착근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
◇ 증가하는 개인회생·파산 신청…"뉴노멀시대 더 늘 것"
개인회생·파산 제도는 감당하기 힘든 빚을 진 채무자를 대상으로 법원이 재판을 통해 채무를 탕감해주는 제도다. 파산은 개인과 회사에 모두 해당되지만, 개인회생은 개인에게만 적용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2014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4년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11만707건으로 2010년 (4만6972건) 보다 2.3배 증가했다. 법인파산 신청건수도 540건에 달해 2010년 (253건) 보다 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저성장·저금리·저소비로 압축되는 '뉴노멀 시대' 여파로 개인회생과 파산 신청건수가 앞으로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개인회생, 면책비율 낮아…최저생계비 현실화 필요
개인회생은 실제 면책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아 문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개인회생 인가 후 면책된 비율은 3만2355건으로 총 개인회생 접수 사건 대비 비율로 따지면 고작 29.2%에 불과했다.

10억원 이하 담보채무, 5억원 이하 무담보 채무자는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 5년간 성실히 빚을 갚으면 5년 뒤 남는 원금 전액에 대해 탕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면책받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실제로 면책 비율이 낮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개인회생에서 재판 등 절차 진행이 되는 과정을 1년이라고 잡으면, 그 이후 5년간 최저생계비로 살면서 빚을 갚아 나가야 실제로 면책을 받을 수 있다.
개인회생에서의 최저생계비는 매년 보건복지부가 정하는 최저생계비 기준에 최대 1.5배까지 가능하며, 개인마다 약간 조정하여 결정된다. 실무 상 1인가구 최저 생계비는 한 달에 약 90만원이다. 2인가구는 약 120만원, 3인가구는 약 150만원으로 책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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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서율의 최동욱 변호사는 “최저생계비만으로 5년간 살아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도와주지 않으면 힘들다”며 “개인회생은 징벌제도가 아닌 만큼 과도한 빚을 진 사람이 재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정도 박진우 변호사는 “개인회생 절차가 까다로운 것은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개인회생을 악용 또는 남용하는 채무자로 인하여 개인회생제도가 절실히 필요한 채무자가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 면책 받으려다 사기범 몰릴 위험…개선 목소리 높아
재정적으로 파탄난 채무자의 효율적 회생과 채권자의 이익을 도모키 위해 만들어진 개인회생·파산 신청건수가 늘면서 개선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개인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밟기 위해선 채무자가 입증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채무자들이 사기범으로 몰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채무자가 제출한 자료들을 채권자들이 입수해 채무자를 사기죄로 고발할 수 있어서다. 사기죄는 채무자가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것을 알면서 돈을 빌렸을 때 적용할 수 있다.
김박 법률사무소의 김관기 변호사는 “사기죄 처벌은 서민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면서, “사업을 해서 빚을 크게 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어야 창업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개인회생이나 파산 사건을 맡으려는 변호사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채무자에게는 힘든 점 중 하나다. 재판을 거치기 때문에 변호사들의 조력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일반 민사·형사 사건과 달리 개인회생이나 파산은 아직 수임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사건을 맡기를 꺼린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개인회생·파산 사건의 경우 챙길 것도 많고 제출해야 할 서류도 많은데 비해 비용을 높게 받을 수 없다"면서 “비용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