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리포트][변호사 배지에서 의원 배지로]① 다자구도 형성…여야, 영입 불꽃경쟁



20대 총선 출마 법조인들의 출사표가 잇따르고 있다.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에 돌입한 법조인만해도 100명에 육박한다.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영입경쟁에 나서면서 법조계의 정치지망생들에겐 큰 장(場)이 선 셈이다.
법조인의 특성상 '권력지향형'이 많을 뿐 아니라 법률전문가로서 '입법기관'인 국회에서도 전문성을 쉽게 인정받을 수 있어 총선때마다 법조인들의 도전이 이어졌다. 특히, 이번 총선에선 야권 분화에 따른 '다자구도'가 형성되면서 법조인들의 도전이 늘어나는 배경이 되고 있다.
◇ 다자구도 총선, 정치지망 변호사들 '선택지' 늘어
13일 중앙선관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등록한 883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변호사는 95명(11%)이다. 예비후보 10명 가운데 한 명꼴로 변호사인 셈이다. 예비후보에 등록하지 않고 최근 각 당에 들어가거나 영입된 변호사들을 합하면 100명이 넘는다. 직업 정치인을 제외하곤 직업군 중 최다 인원이다.
현직 국회의원인 법조인 출신(47명)까지 합치면 총선을 90여일 앞둔 현재 160여명이 총선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여당은 물론이고 빠르게 분화되고 있는 야권에서 경쟁적으로 변호사 영입에 나서 실제로는 200여명 이상이 치열한 경쟁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 각각 107명, 80명의 변호사가 공천을 신청했다. 국민의당 등 야권 신당이 세워지고 있는 가운데 야당 공천기회가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실제 공천을 따내려는 변호사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9대에서 여야를 포함해 공천을 따낸 변호사는 70여명이었고 그중 42명이 당선됐다. 정치권 지형이 급변하면서 공천장을 손에 쥐게 될 변호사는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여야 양당 체제였던 19대에선 여야 합쳐 60명정도만 공천경쟁에서 이겼지만, 다자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총선 국면에서 공천티켓은 늘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여야, 변호사 영입경쟁…대중성↑ 참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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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본격화된 여야의 '새 인물' 영입에 변호사가 다수 얼굴을 알리고 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7일 발표한 6명의 총선용 영입인사에는 변호사 4명이 포함됐다. 김태현·배승희·변환봉·최진녕 변호사는 박상헌 정치평론가,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과 함께 1차 영입명단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오기형 변호사를 영입했고, 국민의당은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을 영입한다고 알렸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영입 발표에는 종합편성채널에 정치평론가 등으로 자주 등장하는 변호사들이 주를 이뤘다. 김태현·배승희·변환봉·최진녕 변호사 모두 종편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얼굴이다. 대중성을 가졌다는 평가를 얻고 있지만, 참신성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특히 김태흠·이노근 의원 등 당내 비판이 매섭다. 이 의원은 초·재선 의원모임인 '아침소리'회의에서 "1차 인재영입 6명 가운데 4명이 법조인"이라며 "기존에도 율사 출신은 굉장히 많다"고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논란이 일자 김무성 대표는 "자기들끼리 종편 끝나고 소주한잔 하면서 야당의 행태를 보고 비분강개해 날 찾아왔다"며 영입인사 발표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게다가 배승희 변호사는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조희팔 다단계 사기사건 관련 의혹을 방송에서 언급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라 적절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 중진에게 피소당한 변호사를 영입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이었던 변환봉 변호사에 대해선 법조계에서 '정치적 중립성'논란이 일고 있다. 1만2000여명의 회원을 둔 최대 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이라는 중책을 맡던 상근임원이 곧바로 출마를 위해 뛰어드는 것은 서울지회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 것이란 지적이다.
회칙상 회장·부회장·감사까지 정치활동이 금지돼 있어 재무이사 겸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변 사무총장은 정치활동 금지대상은 아니다. 다만, 서울지회의 전체 사무를 관장하고 사무국 직원들을 지휘감독하는 지위인 사무총장은 다른 상임이사들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 일각의 의견이다.
국민의당 영입발표에 참가했다 취소사태를 겪은 한승철 변호사는 과거 '스폰서 검사 특검'에 의해 기소된 전력이 문제가 됐다. 한 변호사는 1, 2, 3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고 면직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승소해 검찰에 복직한 뒤 퇴임했다. 하지만 '여론재판'을 의식한 국민의당은 한 변호사의 영입을 취소했다.
◇ 변호사들이 정치권 문 두드리는 이유는
변호사들이 정치권에 러시를 이루는 것은 다른 직업보다 생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개업 변호사의 경우 몇 개월 정도 자신이 쉬어도 사무실 유지가 가능하다.
국회 입성에 실패해도 현업 복귀에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재도전을 위한 준비에도 변호사라는 직업은 큰 도움이 된다. 얼굴 알리기를 위해 방송에 출연해 '정치평론'이나 '법적 조언' 등에서 전문가패널로 참여할 기회가 열려 있다. 선거비용 마련과 자신을 마케팅하는데 최적의 직업인 셈이다.
따라서 총선 뿐 아니라 대선에서도 정치에 뜻을 둔 변호사들은 대거 선거캠프에 참여한다. 실제로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진심캠프는 수 십명의 상근인원 중 상당수가 변호사로 채워졌다. 안 후보가 변호사들에 둘러싸였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진심캠프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변호사 비율이 높았을 뿐, 문재인 후보캠프나 박근혜 후보캠프에도 변호사들이 적지 않았다.
신문·방송 등에 자주 나오는 이른바 방송전문 변호사들은 대체로 정치권의 '영입 제의'를 대부분 한 번 이상 받았거나 스스로 가능성을 타진하곤 한다. 최근처럼 신당 창당발기인을 구할 때나 여야에서 참신한 비례대표 후보를 찾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분야는 법조계다. 특히 40대 이하의 비교적 젊은 변호사 가운데 사회적 평가가 좋으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앞다퉈 치열한 영입전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