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변호사·변리사, 로펌에서는 함께하는데…

[기자수첩]변호사·변리사, 로펌에서는 함께하는데…

이태성 기자
2016.02.04 04:10

2011년 삼성과 애플이 벌인 특허 분쟁에는 국내 최고의 특허 전문 변호사들이 양측 대리인으로 선임됐다. 그런데 이들이 치열한 다툼을 벌였던 법정에서 뒷자리에 앉아 자료를 챙겨주던 사람이 있었다. 해당 변호사와 한 로펌에서 일하는 변리사였다. 특허권과 관련한 소송에서 최고라는 변호사들 뒤에도 변리사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변리사는 총 8176명. 이 중 4774명이 변호사다. 이들은 대체로 변호사 자격 취득에 따라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얻은 사람들이다.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가 혼자 특허관련 사건을 수임해 소송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변리사들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학기술은 점점 고도화 되는데 법 전문가인 변호사들은 이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변리사협회는 "실제로 변리사회에 가입해 업무를 하는 사람은 변호사의 8%(397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변호사들도 "소송에서 법률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은 변리사보다 변호사가 월등하다"고 말했다. 변리사 역시 민사소송법을 공부하긴 하지만 법률적으로 변호사보다 나을 수 없다는 반박이다. 실제로 변리사들은 법정에서 소송대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외적으로 변리사와 변호사 업계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변호사단체는 변리사 자격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대외적으로 했고 변리사회는 실무연수 의무화에 더 나아가 '변호사의 변리사 자동자격 폐지'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특허 침해와 관련된 소송은 기술과 법률이 접목된 분야다. 한 집단이 이를 독점하려고 하면 기술이면 기술, 법률이면 법률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송 당사자인 특허권자가 입게 된다. 서로 업무 영역의 칸막이만 높여 밥그릇 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서비스를 위한 협업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다수 대형 로펌들은 변호사와 변리사가 한 팀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특허변회의 초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승열 변호사는 "변리사와 변호사간 협업체계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삼성과 애플의 소송에서처럼 두 집단이 이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모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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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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