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가짜 공무원신분증에 뚫렸지만 정부청사 보안 여전히 허술

정부서울청사에 드나든지 1년 반이 넘은 기자는 출입할 때마다 청사 보안이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청사 보안게이트를 통과할 때 기자의 사진이 뜨지 않지만, 출입을 제지 당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테러리스트가 기자의 출입증을 훔쳐 장관실에 가서 테러를 한다 해도 얼굴을 식별할 수 없어 출입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우려가 최근 현실이 됐다. 국가의 가장 핵심시설 중 하나인 정부서울청사가 공무원수험생 송모씨(26)에 어이 없이 뚫린 것이다. 송씨가 정부청사에 침입해 체력단련실에서 출입증을 훔치고, 그 출입증을 갖고 안방 드나들듯 하며 성적을 조작하는 것을 아무도 막지 못했다. 정부청사는 북한의 테러는 커녕, 공무원 수험생 조차 뚫을만큼 보안이 허술했다.
2012년 60대 남성이 가짜 공무원증으로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불을 지르고 투신한 사건이 발생한 후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는 말은 결국 거짓이 됐다. 공무원 수험생이 5차례나 드나들고, 8시간 반씩 주무관·사무관 컴퓨터를 넘나들며 조작할 만큼 보안은 허술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에도 정부는 책임지지 않으려고 변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30일 부정침입이 발생한 것을 알고도 이틀이 지난 뒤 경찰에 늑장신고를 했고, 그마저도 언론에 알려질까 두려워 '비공개'로 수사를 의뢰했다. 게다가 혁신처는 비밀번호를 지운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도 않고 거짓말을 했다.
수험생 부정침입이 발생한 뒤 기자가 단 1시간 동안 정부청사 보안을 점검했음에도 허술한 점이 다수 발견됐다. 국무총리가 드나드는 VIP 통로는 보안게이트도 없이 뻥 뚫려 있었다. 사진이 뜨는 보안게이트는 현실적으로 일일이 얼굴을 대조해 차단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했다. 점심시간에는 불 꺼진 사무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행자부와 혁신처는 정부청사의 보안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부정침입 사안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다. 이번엔 공무원 수험생의 부정침입으로 끝났지만 앞으로는 테러를 포함해 더 심각한 사안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청사는 국무총리를 포함해 각 부처 장관이 모이는 핵심시설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