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피해자들이 다음달 30일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등 제조·판매사 13곳과 국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로 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가피모)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6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 소송을 통해 제조사의 공식 사과 및 충분한 개별 피해보상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기준 집단소송에 참여의사를 밝힌 피해자는 74명으로, 당사자들의 유족까지 포함한 원고 수는 150명에 이른다. 가피모는 다음달 9일까지 원고를 모집한 뒤 3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5월30일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소멸시효가 임박한 피해자들부터 소장을 접수하되 이후에도 추가 원고모집이 이뤄진다. 청구 금액은 1·2등급 5000만원, 3·4등급 3000만원으로 적용된다.
소송 대리는 민변 환경보건위원회(구 환경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을 비롯한 민변 변호사 33명이 맡는다. 민변 환경보건위원회는 밀양송전탑 사건, 80번 메르스 환자 손해배상사건, 새만금 사건, 태안유류오염 사건, 4대강 사건 등 환경보건 문제를 맡은 바 있다.
대리인단은 이번 집단소송을 통해 그간 개별소송에서 소외됐던 3·4등급 피해자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세퓨와 같이 폐업한 회사의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의 문제도 해결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의학 및 환경보건학 등 분야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전문가위원회의 연구도 함께 진행된다. 가습기살균제 노출이 천식이나 비염을 일으키는지, 추후 폐암과 같은 만성질환 발병 가능성이 있는지 등 관련 연구를 1차적으로 정부에 의뢰한 뒤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체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소송 비용은 추후 조성된 피해기금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황정화 환경보건시민센터 공동대표는 "1994년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한 지 17년이 지나 세간에 알려졌으며 다시 3년 뒤인 2014년에야 1차 판정이 나왔다"며 "상당수의 피해자들이 소멸시효가 지났거나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라는 점을 재판을 통해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동생을 잃은 최모씨는 "죽은 사람은 말이 없어 바보되는 세상을 이대로 지켜볼 수 없어 나섰다"며 "남은 가족까지 두 번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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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강찬호 가피모 대표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에 출석한 신현우 전 옥시 사장(68)이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지나간 것은 피해자들과 온 국민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옥시 영국 본사를 고발해 국내법으로 처벌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처음부터 피해자들은 살인죄로 고소했는데 관련 기업 임원들의 조사를 앞둔 시점에 과실치상죄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은 아쉽다"며 "검찰이 살인죄로 기소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