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리포트][난민문제 사법부 역할은]① 2016국제 난민 커퍼런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말했다. 이웃집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집 문을 닫는다고 혼자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라고."(나비드 후세인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
사법연수원과 국제인권법연구회는 10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016년 국제 난민 컨퍼런스'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난민 등의 국적 보호에 관한 사법부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에는 마이클 커비(Michael Kirby)전 호주 대법관(전 UN북한인권조사위원회 위원장), 카텔리네 드클레르크(Katelijne Declerck) 국제난민법판사협회 회장, 나비드 후세인(Naveed Hussain)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 권오곤 전 국제유고전범재판소 부소장,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 등 약 200여명의 국내외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인권유린 맞서 용기있는 판결 내려야 할 때"
이날 참석자들은 난민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무엇보다 각국 사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비드 후세인 대표는 "우리는 지금 난민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난민을 포용하면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압박 때문에 난민 보호에 각국 정부들이 협소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난민협약은 난민의 권리를 위한 근간"이라며 "어느 때보다 판사들이 난민법의 기본을 바탕으로 시끄러운 여론과 추악한 전쟁에 맞서 용기있는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텔리네 드클레르크 국제난민법판사협회 회장 또한 "보호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을 돕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며 "인권과 존엄성이 유린되는 상황에서 대화를 촉구하는 것은 어렵지만, 판사들은 민주주의의 필수 요건인 법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 핑계로 인권 무시하는 국가…사법부가 감시자 돼야"
참석자들은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도록 감시하는 것'이 사법부의 역할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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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곤 전 국제유고전범재판소 부소장은 "강제송환금지는 난민법의 중요한 원칙"이라며 "예외가 있는데 바로 '국가 안보'"라고 말했다. 강제송환금지는 국가가 난민이나 난민신청자를 강제로 추방하거나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는 곳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이어 "사법부의 역할은 국가가 '안보를 이유로 한 예외'를 오·남용해 난민에 대한 의무를 어기지는 않는지 감시하는 것"이라며"위기 상황이나 난민이 대량으로 유입되는 경우 더 그렇다. 대중의 두려움을 기반으로 하는 포플리즘은 국제법상 국가의 의무를 왜곡하거나 무시하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사법부는 난민과 난민 신청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보호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정치적 상황이나 여론이 별로 우호적이지 않을 때 더욱 그렇다"며 "취약한 지위의 사람을 보호하는 것은 모든 인류의 의무이고, 국가는 근시안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그런 부담을 타인에게 전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인간에 대한 '연민·배려' 가지고 법 해석 해야"
마이클 커비 전 호주 대법관은 판사들에게 '인권규약과 규범을 염두하고 취약한 사람을 도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커비 전 대법관은 난민 사건을 수행할 떄 "판사들이 연민과 동정심,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마음을 가지면 같은 법률 조항이라도 다르게 읽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판사는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법을 적용해야 하기 떄문에 법 해석에 분명히 한계는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 법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판사들이 동점심을, 연민을, 배려를 가지고 어려운 이들을 도와야 하는 이유는 박해받는 소수자가 결국은 우리이고, 우리 주변의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난민은 거짓말쟁이?…난민 상황 이해하고 대비해야"
난민법이 있지만 실제로 난민들이 소송을 할 때 제대로 적용받기 힘들다는 토로도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인권위원회 소속의 한 변호사는 "아랍어나 아프리카어 등 희귀 언어를 사용하는 난민 신청자의 경우 통역을 구하기도 어려운데 법원은 이같은 배려없이 촉박하게 일정을 정하고 연기신청을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또 난민들이 몸만 빠져나오느라 제대로 된 서류를 갖추기 어려운 상황인데 서류에 문제가 있다고 난민으로 인정해 주지 않기도 한다. 제대로 된 비자와 서류를 가져올 수 있는 정도면 난민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난민 소송에 대한 법원의 이해가 아직 부족하고 지적했다.
또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현재 난민신청인은 경제적 목적으로 입국해 대부분 체류기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체류기간의 연장을 위해 난민신청을 하는 것으로 짐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 것에 대해 "법원 판사들이 난민은 전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김 법원장은 "직접 맡았던 사건의 70% 정도는 경제적 목적이 분명했다. 나머지 30% 가량은 소수민족이나 정치상황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사건이었다"며 "다만 아직 난민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반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나씩 점검하고 바꿔나가야 할 때"라고 답했다.
사법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권 전 부소장은 "난민 인정 절차는 난민 지위를 주는 절차가 아니다"며 "난민은 이미 난민이고 절차를 통해 인정을 하는 것이다. 지위는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마이클 커비 전 대법관은 "판사들이 서로 교류하고 판례를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사람들이 (한국에) 오고싶어 하는 이유는 민주주의가 발전했고 사법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의미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유입되는 사람은 많아질 것이다. 문을 닫고 차단할 것이 아니라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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