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은영 겨눈 검찰, '근거있는 자신감'이길

[기자수첩]최은영 겨눈 검찰, '근거있는 자신감'이길

윤준호 기자
2016.06.14 04:08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을 수사중인 검찰의 자신감이 남다르다. 소환조사를 벌인지 얼마 안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수사 속도다.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는 다른 불공정거래보다 입증이 까다롭다. 정보 제공자의 의도와 정보 이용자의 목적을 한꺼번에 밝혀내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정보를 건넨 쪽이 '내가 준 정보로 상대가 부당한 경제행위를 할 줄 몰랐다'고 잡아떼거나, 정보를 받은 쪽이 '상대가 준 정보로 주식매매한 게 아니다'고 버티면 막무가내로 처벌하기란 쉽지 않다. 미공개 정보 이용 수사에서 확실한 증거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수사를 맡은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최근 "확증은 없지만 정황 증거들을 토대로 최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재소환이나 대질심문, 추가 참고인 조사는 유보하면서도 "최 회장을 기소하는 쪽으로 수사의 가닥이 잡힐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당사자들이 모두 입을 닫은 상황에서 "최 회장의 수사를 90% 이상 마무리했다"며 내비친 검찰의 자신감은 자칫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과거 검찰의 미공개 정보 이용 범죄에 대한 기소율은 20% 안팎으로 낮다. 주로 말로 오가는 미공개 정보의 실체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이같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검찰이 이례적으로 수사에 속도를 내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근거없는 자신감'은 아니란 얘기다. 여기에 기업 총수와 사회 고위층 사이 연결된 '검은 고리'를 이참에 끊어주길 바라는 여론의 기대도 속도를 올리는데 한몫하고 있다.

관건은 검찰이 미공개 정보가 오갔음을 밝힐 '히든카드'를 갖고 있는지 여부다. 공천헌금의 대가성 여부를 밝히지 못해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준영 당선인의 사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이는 검찰의 신뢰 저하는 물론 급물살타던 최 회장의 수사에 걸림돌로 작용될 게 뻔하다.

'히든카드'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참고인 조사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정보 제공자가 불순한 의도 없이 정보를 건넸다면 처벌하기 어렵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미공개 정보 혐의의 방점은 '불순한 의도 유무'가 아닌 '주고 받은 사실' 그 자체에 있다. 혐의 입증이 어려운 범죄인 만큼, 검찰이 지금의 자신감을 향후 수사에서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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