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희의 소소한法 이야기]'정당방위'와 '쌍방폭행'…어떻게 다를까

[박보희의 소소한法 이야기]'정당방위'와 '쌍방폭행'…어떻게 다를까

박보희 기자
2016.08.10 14:33

[the L리포트]정당방위 6가지 요건 따라 적용…충족 안돼도 '사회통념'상 적정 범위라면 해당

[편집자주] '법'이라면 언제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멀고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영화 한 편을 받아 볼 때도, 당장 살 집을 얻을 때도 우리 삶에 법과 관련없는 것은 없죠. '법' 대로 살아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했을 생활 속의 소소한 질문들을 알아봅니다.

금연 구역인 지하철역 입구 앞 횡단보도에서 담배를 핀 남성에게 담배를 꺼 달라고 말했다가 뺨을 맞은 아이 엄마를 경찰이 '쌍방폭행'으로 입건한 사건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뺨을 맞다 이를 피하기 위해 한 행동을 '폭행'으로 보는 것이 정당하냐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

상대방의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방식'이라도 폭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쌍방폭행에 해당할까.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정당방위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경찰은 왜 '쌍방폭행'으로 '입건'했을까

경찰은 사건이 접수되면 일단 '폭행'이라는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가린다. 당사자 양 쪽이 '맞았다'고 주장을 하면 경찰은 정말 폭행이 있었는지를 확인한다.

여기서 법에서 정의하는 폭행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폭행의 개념에 차이가 있다. 경찰청 담당자는 "판례에 따르면 때리는 행위 외에도 밀치거나 팔을 잡아끄는 행위 등 당사자는 폭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행위도 폭행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현장 경찰은 엄격하게 판단해 폭행 여부를 판단한다"며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다툼이 있었다는 정도만 확인이 돼도 폭행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해 입건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 경찰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관대하게 판단했을 때 누군가 억울한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사자들이 서로 '맞았다'고 주장을 하면 목격자 진술, CCTV 등을 종합해 실제 폭행 사실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일단 '폭행'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정당방위 여부에 상관없이 경찰은 사건을 접수, '입건'한다.

입건은 '수사기관이 사건을 인지한 후 수사를 개시하는 것'을 말하는데 정당방위 여부는 입건 후 수사를 통해 판단한다. 경찰청 담당자는 "정당방위는 일단 폭행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 확인된 폭행이 정당방위였는지를 가리는 것"이라며 "폭행 행위가 없었다면 정당방위 여부를 가릴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일단 폭행 사실이 확인돼야 정당방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니 입건 후 정당방위 여부를 가린다는 말이다.

경찰 수사 결과 정당방위로 판단이 되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다. 형사 사건은 검사만 수사를 종결, 즉 마무리할 수 있기때문에 경찰은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청에 보낸다. 검찰에 사건을 보내는 것을 '송치'라고 한다. 경찰청 담당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남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해 사건은 종료됐고 정당방위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남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진술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경찰은 정당방위 여부를 수사해 수사 결과에 따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을 것이다.

정당방위 6가지 요건…"충족 안돼도 사회통념상 필요했다면 정당방위"

'쌍방폭행'에 대한 논란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지난 2011년 경찰청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 등을 따지지 않고 폭력사건 당사자 모두를 입건하는 관행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며 '폭력사건 정당방위 처리지침'을 만들었다.

당시 경찰청은 "상호간 폭력사건에 대해 사안의 실체를 고려하지 않고 양쪽 모두를 기계적으로 입건하는 소위 쌍방입건 관행에 문제가 있다"며 "선제적 폭력에 대한 방어행위나 싸움을 말리기 위한 정의로운 행위마저 범죄로 취급되기 일쑤여서 사회 일반에 맞는게 상책이라거나 싸움은 말리지도 참견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이 자리잡게 돼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주요 원인이 됐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찰청 담당자는 "2011년 경찰청이 말한 입건은 수사부터 처벌까지 기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말하는데 현재 이뤄진 입건은 수사를 시작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정당방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수사를 해야 하는데 수사를 위한 입건"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처음 지침을 만든 이후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쳐 현재는 지난해 10월 개정된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이 지침에 따르면 폭행사건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상대방의 부당한 침해가 먼저 있을 것 △방위행위가 침해행위 종료 전 일어날 것 △방위행위가 침해행위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일 것 △먼저 도발하지 않을 것 △방위 수단이 필요한 범위에 속할 것 △방위 행위로 인해 침해되는 법익이 현저히 커서는 안될 것 등 6가지 요건에 해당해야 한다. 경찰청 담당자는 "이는 폭력사건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이 요건에 전부 해당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회 통념상 방위에 필요한 한도 내의 행위라면 정당방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경찰청은 정당방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폭력사건 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청 담당자는 "정당방위 요건이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결국 해석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정당방위 여부에 판단이 애매한 부분이 있을 때 담당 형사 개인의 판단에만 맡길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형사과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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