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서초동 선거의 계절…변호사들의 대선·지선

돌아온 서초동 선거의 계절…변호사들의 대선·지선

유동주 기자
2018.09.03 04:00

[the L리포트]대한변호사협회·서울지방변호사회 수장 교체시기…내년 1월 선거 앞두고 물밑 선거전 시작돼

23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서울지방변호사회 2017년도 정기총회'에서 제94대 서울지방변호사협회장 선거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2017.1.23/사진=뉴스1
23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서울지방변호사회 2017년도 정기총회'에서 제94대 서울지방변호사협회장 선거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2017.1.23/사진=뉴스1
이찬희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서울지방변호사회 2017년도 정기총회'에서 제94대 서울지방변호사협회장으로 당선된뒤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 당선자는 총 투표 8420표 중 4503 표를 얻으며 과반을 넘겨 당선됐고 2년간 서울지방변호사협회를 이끌게 된다.  2017.1.23/사진=뉴스1
이찬희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서울지방변호사회 2017년도 정기총회'에서 제94대 서울지방변호사협회장으로 당선된뒤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 당선자는 총 투표 8420표 중 4503 표를 얻으며 과반을 넘겨 당선됐고 2년간 서울지방변호사협회를 이끌게 된다. 2017.1.23/사진=뉴스1

대한변호사협회의 차기 협회장을 뽑는 선거가 내년 1월에 예정돼 있다. 전체 변호사의 약 70%가 등록돼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장도 같은 시기 교체된다. 법조타운인 서초동을 중심으로는 올 가을부터 사실상 선거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후보등록까지는 아직 3개월여 남아 있지만, 지방변호사회장 중 일부는 이미 협회장 출마에 뜻을 두고 움직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회장을 노리는 전·현직 변호사단체 임원들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직선제가 바꿔놓은 치열한 선거전…포퓰리즘 강해져

변협 선거는 2013년 변호사회원 전체가 투표하는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네번째다. 직선제는 선거의 형태를 크게 바꿔 놓았다. 이전엔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이끌었던 회장이 대의원 투표를 거쳐 변협 협회장으로 오르는 것을 관행처럼 여겼다.

그런데 직선제 도입 후 예상외로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졌다. 서울이 아닌 비주류 경기지역 지방회장이 첫 직선 협회장이 되는 등 이변도 나왔다. 현 협회장인 김현 변호사는 5년전 출마했던 첫 직선제 선거에서 위철환 변호사에게 패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회장 출신이었기 때문에 관행대로라면 변협 협회장에 바로 당선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선제 첫 선거에서 2위로 낙선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회장이던 2010년 당시, 변협이 직선제를 추진하자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러자 당시 협회장이던 김평우 변호사는 직선제 추진에 반대한 김 변호사를 조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하려 했다. 결국 기각돼 김 변호사는 징계를 면했지만, 이 일은 지난 국정농단 사태에서 김평우 변호사가 헌법재판소 변론 중 재판관을 향해 막말을 한 것에 대해 현 협회장인 김현 변호사가 징계위에 회부하면서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

둘 사이에 '직선제'를 둘러 싼 악연이 되풀이 됐고, 공적 '명분'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전·현 협회장들이 변협의 징계권한을 서로에게 행사하려 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제왕적 권한 가진 협회장…예산권한 큰 서울회장

변협 협회장은 일개 직역 대표로만 볼 수 없는 면이 있다. 변호사회원 2만4000여명을 대표하는 게 다가 아니다. 법치주의 국가의 특성상 행정부를 비롯해 곳곳의 의사결정기구에 변호사는 꼭 참여하게 된다. 법령상으로 보장된 협회장의 추천권만 수십 군데다. 그외에 별도 추천의뢰는 정확히 집계가 안 될 정도로 많다. 변호사나 법조인이 필요한 자리가 나오면 변협에 의뢰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협회장은 직간접적으로 사회 곳곳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변협은 변호사업무에 관해선 준(準)행정기관이다. 변호사법에 따라 법무부로부터 위임받아 변호사에게 가장 중요한 등록권과 징계권 등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다른 자격증과 달리 변호사는 변협이 실질적으로 등록여부를 판단하고 징계도 자체적으로 행사한다. 별것 아닌 것처럼 여길 수 있지만 민간 협회가 국가 자격증의 등록과 징계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건 막강한 권한이다.

직접 쥐고 있는 권한 뿐 아니라 사회적 발언권도 다른 직역 대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다. 2000년대 들어 변협의 행보가 직역이기주의에 빠져, 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발언권이 크게 약화됐다. 하지만 공적 발언이 필요한 시기, 변호사를 대표하는 변협의 역할은 여전히 의미있게 쓰일 수 있다.

전체 변호사의 70% 가량이 서울에 몰려 있어 서울회는 적지 않은 예산 집행권을 갖는다. 경유증 수입 등이 있기 때문에 예산 자체로는 서울회가 변협보다 규모가 크다. 따라서 서울회장은 변호사업계를 대표하는 입장을 낼 때, 때론 변협 협회장의 대체재가 되기도 한다. 일반적인 직역 단체에서의 서울지방회의 위상과는 많이 다르다.

◇'변호사 수급' 이슈…항상 최대 선거 쟁점

변협은 지난 2016년 협회장 출마자격을 변호사 경력 5년에 전체 법조경력 15년 이상으로 제한했다. 변호사를 대표하는 변협의 수장이 대법관 등에 준하는 법조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급격히 늘어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협회장에 바로 당선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다는 평가다.

앞서 서울회도 지난 2012년 1월 개정을 성공하기까지 회장 출마자격을 변호사 경력 5년, 법조경력 10년 이상으로 제한하면서 소송까지 가는 치열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이때도 2012년 4월 로스쿨에서 첫 변호사들이 배출되기 직전이었고 연수원 출신 주니어 변호사가 직전 선거에 출마해 26표차로 낙선하는 등 당선권에 근접하자 이를 막기위한 시도였다.

결국 '로스쿨'의 출현이 변호사단체 선거 제도에 영향을 준 셈이다. 2012년 로스쿨 변호사들이 배출되면서부터는 투표권으로 직접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변호사단체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변호사 수급'이다. 편하게 사무실에 앉아 고수입을 얻던 호시절이 끝나면서 변호사단체는 변호사 공급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 해 왔다. 물론 한 번도 뜻대로 변호사 공급이 줄어든 적은 없다. 정부 정책이나 사회적 요구가 로스쿨을 통해 공급을 크게 늘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공급 속도를 늦추는 것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 이번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도 대표 공약으로 '변호사 공급 축소'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번 변협과 서울회 선거는 전과 다른 양상도 예상된다. 직전 선거까지 강한 응집력을 보였던 로스쿨 출신들의 분화 움직임이 그것이다. 로스쿨 변호사들은 지난 선거에서 협회장과 서울회장 모두 지지후보를 통일하고 표를 몰아 줘 당선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로스쿨 몰표가 없었으면 당선되지 못했으리란 분석도 나왔었다.

그런데 사시폐지가 확정되면서 로스쿨 응집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변호사 배출'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기 시작했다. '공급 확대'와 '현상 유지나 축소'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로스쿨 졸업생과 재학생, 그리고 로스쿨 운영 대학들의 입장이 이미 미세하게 달라지는 모습이 엿보이고 있다.

사시폐지라는 '대의' 앞에선 모두 뭉쳤지만, 최근 대두된 '로스쿨 통폐합', '변호사시험 합격률' 등 변호사 수급 관련 입장은 이미 갈라진 상태다. 이에 따라 로스쿨 출신 변호사모임 내에서도 논쟁거리가 됐고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전과 달리 로스쿨 변호사들이 한 후보에 몰표를 줄 명분이 약화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로스쿨측과 각을 세웠던 변협·서울회 집행부 출신들도 로스쿨 변호사들의 도움을 얻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사시폐지 이후 첫 선거란 점에서 로스쿨 출신들이 어떤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응집력을 발휘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로스쿨 변호사들은 올해 7회 합격자들까지 합하면 1만884명이 배출됐다. 2만4000여명의 전체 변호사 숫자를 감안하면 과반에 못 미치지만, 투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선거를 좌우할 수 밖에 없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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