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피의자 국선변호인제 도입에 대한 비판 봇물, 졸속추진 지적도
재판이 아닌 수사단계부터 중범죄 피의자들에게 변호 혜택을 제공하는 '피의자 국선변호인 제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삼례 나라수퍼 살인사건' 등 과거 수사기관의 잘못된 관행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문재인정부 초기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재작년 처음 '형사공공변호인제'라는 이름으로 청사진이 제시된 이후 현재까지 근 2년간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다. 당시에도 제한된 공공변호 인력을 합리적으로 배분할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구가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내 흐지부지됐었다가 이번 법무부의 입법예고로 다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우선 법무부 산하 기관인 법률구조공단을 주무기관으로 지정한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공단은 범죄 피해자의 권리보호와 피해회복을 돕는 '피해자 구조사업'의 주무기관이기도 하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공단이 가해자 격인 중범죄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를 대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게 된다.
재판은 법원이, 수사는 정부(검찰)가, 변론은 변호사가 맡는 3각 관계에서 법무부가 검찰을 통해 기소권을 행사하는 동시에 산하기관인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피의자를 대리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변협 측은 이번에 나온 개정안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공정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한다.
범죄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돕는 시스템이 여전히 미흡한 상황에서 피의자를 돕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게 법감정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누구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무죄를 다툴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는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법무부가 일방적으로 입법예고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입법예고안이 나오기 전까지 법무부는 법원이나 변협 등 법률유관기관과 아무런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 입장에서 가장 나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합의 절차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내달 8일까지 약 한달 여 남은 입법예고 기간, 논란이 얼마나 잦아들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