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인생은 못바꾸지만... 과거사 피해 보상돼야죠"

"지난 인생은 못바꾸지만... 과거사 피해 보상돼야죠"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9.05.10 05:58

[the L][대한민국 법무대상 수상자 인터뷰] 법무법인 지평 김지홍 변호사

김지홍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지평
김지홍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지평

“1980년대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았던 분들이 관련 기록들을 끌어안고 세월을 견뎌왔습니다. 손으로 써서 잘 보이지도 않는 예전 기록들을 계속 가지고 다니면서 언젠가 다시 해보자는 마음으로 보관했던 거죠.”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국가권력이 저지른 중대하고 다양한 인권침해를 내용으로 하는 과거사 사건들이 있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질곡을 그대로 보여주는 간첩 조작 사건 등이다.

과거사 사건의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이끌어 낸 법무법인 지평이 '2019 대한민국 법무대상' 송무상을 수상했다. 법무법인 지평의 이공현 대표 변호사, 김지홍·조용환·박성철 변호사 등의 적극적인 변론에 힘입은 결과였다. 이 가운데 김 변호사와 직접 만났다.

이들이 직접적으로 상을 받게 된 이유는 헌재 결정이지만 이 사건들은 과거 유죄를 받은 형사 사건의 재심 판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아 한 사람 또는 한 일가의 인생들이 산산조각 났던 과거에 대해 조금이나마 억울함을 풀어보고자 시작했던 소송이다.

“간첩, 빨갱이로 낙인 찍혀 지옥같이 살았던 피해자 분들의 세월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재판 준비 과정에서 서면에 많이 쓴 말 중에 하나가 그겁니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는 거요. 재판에서 울면 안 되는데 당사자들 나와 진술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참으면서 변론했습니다.“

피해자들은 다행히 재심 과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를 근거로 이들은 정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3년 5월 대법원은 이들에게 "무죄판결 또는 형사보상결정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소멸시효를 이유로 사실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도록 피해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판결이었다.

좌절했지만 김 변호사를 비롯한 사건 담당 변호사들은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이들은 사건을 헌재로 끌고 갔다. 마지막 수단이었다. 법무법인 지평은 사건을 다룰 때 법원의 재판만 고려하지 않고 다른 식의 해결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고객의 입장에서 고려하는 로펌이다. 이번 사건도 그런 큰 틀에서 진행됐다.

헌재는 지평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소멸시효 제도가 과거사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에도 적용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창의적인 변론을 통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결정을 받아낸 것이다.

소멸시효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 오랫동안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경우엔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다. 국가가 먼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놓고 소멸시효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해주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헌재 결정에 따라 과거사 피해자들은 국가가 인권침해의 진상을 규명한 날 또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확정된 날로부터 3년 안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사건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헌재 결정 취지에 따른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와 과거사 사건의 피해자들이 실제로 손해배상을 받을 때까지 계속된다.

“이 사건은 개별 사안에서 정의를 실현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근본적으로는 헌재가 국가의 인권 침해 사건 등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을 더욱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선언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적절하게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합니다. 돈과 이미 지나버린 인생을 바꿀 수 없더라도 말이죠.“

◇프로필

법무법인 지평의 김지홍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수석 입학하고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제27기로 수료하면서 사법연수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군법무관을 마치고 법무법인 지평에 합류한 그는 미국 콜롬비아 로스쿨에서 LL.M.(법학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가지고 있다. 복잡하고 난해한 국제분쟁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자랑하며 부동산 및 건설 관련 분쟁, 도산법 관련 사건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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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변호사)기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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