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가 소속변호사 노동조합의 총파업으로 운영에 곯머리를 앓고 있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해 노조원 등의 원성을 사고 있다. 공단과 변호사노조의 입장이 오랜 기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법률구조법에 따라 지도·감독 의무가 있는 법무부가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게 아니자는 지적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무부는 공단측에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소속변호사 파업 문제를 내부적으로 빨리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법무부는 공단의 상급기관으로서 법무부 인권국 인권구조과가 법률구조법인의 지도·감독 업무를 맡고 있다.
변호사노조는 총파업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법무부에 분쟁 중재를 요청해 왔다. 조상희 전 이사장 재임 시절부터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상급기관의 중재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검찰개혁 작업에 몰두하고 황희석 인권국장이 지난 1월 사의를 표명하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현재 공단 내부 문제 상황은 김오수 법무부차관이 보고받고 있다.
법무부의 지시를 받은 공단은 지난 2월26일 변호사노조측에 같은달 27일 오후 경북 김천시 공단 본부 소회의실에서 단체교섭을 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면서 기획조정실장, 구조국장, 행정국장 등 3인을 사측 교섭위원으로 지정했다.
변호사노조는 이같은 제안을 즉각 거절했다. 코로나19로 대구 경북 지역에서 모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단체교섭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연락을 해오는 것이 정말로 진정성있게 단체교섭을 할 생각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변호사노조측는 공단측이 부적합한 교섭위원을 내세웠고 구체적인 교섭안건도 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체교섭에 나서 보여주기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공단측은 28일 재차 공문을 보내 3월4일 오후 공단 서울중앙지부 회의실에서 단체교섭을 갖자고 제안했다. 공단은 사측 교섭위원은 그대로 가되 소속변호사 전보지침·근무성적 평정·공단발전협의회·법원소송구조사건 등 4개 안건에 대해 단체교섭을 하자고 제안했다.
변호사노조는 또다시 반발했다. 변호사노조는 기조실장과 행정국장이 지난 조상희 이사장 재직 시절 변호사노조 및 위원장에 대한 무고죄, 손괴죄, 노사관계법위반죄 등으로 고발돼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측 교섭위원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변호사노조측은 지난 1월 이들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를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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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노조측은 또 공단측이 제시한 단체교섭 안건 또한 지난달 18일 진행된 단체교섭에서 공단측이 제시했던 안건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18일 진행된 단체교섭에서는 양측이 입장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논의없이 50분만에 종료됐다. 변호사노조는 공단측의 이같은 무성의한 단체교섭 제안에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변호사노조는 현재 송무 인력 부족 문제 등을 놓고 총파업을 진행하며 공단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변호사노조는 공단이 변호사 처우를 낮추고 인력을 늘리겠다고 했으나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공단은 변호사 대신 일반 직원 채용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인사전보지침 등 취업규칙 변경 △직렬간 지휘·감독 문제 등으로 공단측과 마찰을 빚고있는 변호사노조는 지난달 3일 총파업에 돌입해 지금까지 진행해 오고 있다.
이같은 총파업에 공단은 증원이나 예산 문제는 공단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당국과 국회 등의 동의를 구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양측의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유지하며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법무부는 공단 내부 문제에 섣불리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로서는 공단 내부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정도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렵다"며 "공단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가 검찰개혁이나 코로나19 대응 문제 등으로 바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공단 내부 문제는 오랜 기간 지속돼 왔다"면서 "이정도면 법무부가 해결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개혁도 중요하고 코로나19도 중요하지만 서민들을 위한 법률서비스인 공단의 정상화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