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코로나 방역 '사각' 불법체류자]②
대구의 한 공장 2층에 마련된 숙소에는 외국인노동자 10여명이 살고 있다. 방 하나에 3~4명이 쓰는데 이불 펴기에도 벅찬 공간이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이들은 바깥출입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공장 관리자는 "나가면 자른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
전 세계가 한국의 '코로나19'관련 정책을 칭찬하고 있지만 불법체류자(미등록외국인)는 예외다. 마스크 5부제 등 방역 조치에서 비껴가 있는 것은 물론 인종차별, 반강제 격리까지 당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언감생심이다. 국내 불법체류자는 40만명에 달한다.
김용철 대구성서공단노조 이주민상담소장은 "CCTV(폐쇄회로 화면)로 출입을 감시하는데 의료진 없는 코호트 격리와 같다"며 "업주들이 ‘외국인은 나가면 코로나 걸린다'는 말을 자주하는데 오히려 갇힌 공간에 다수가 장기간 머무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네팔에서 온 비너에씨(34)는 최근 일자리를 잃었다.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공장이 어려워지자 사업주는 해고를 선택했다. 불법체류자인 비너에씨는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약 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신규 신청자만 15만6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숫자는 제도권 내에 속한 근로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제도권 아래, 한국의 고용시장 바닥에 있는 불법체류자의 실업 상태는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출근 당일 해고 소식을 듣는 경우는 물론, 휴업수당 등 그동안 밀린 임금을 받지도 못하고 쫓겨나는 사례가 잦다.
실업급여는 물론 최근 정부와 지자체에서 마련한 재난 지원금 지급에도 이들은 벗어나 있다. 완벽한 ’코로나19‘ 재난 사각지대다. 우다야 라이 서울경인이주민노조 위원장은 "비너에씨처럼 해고 후 비슷한 처지 동료끼리 돈을 빌려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서로 돈을 빌려 줄 여유도 없다”고 전했다.

생계비 부족은 마스크 등 보건용품 부족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들은 건강보험과 외국인 등록증이 없어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할 수도 없다. 평소에도 더 비싼 가격에 마스크를 구해 썼다.
김용철 소장은 "이들은 운좋게 구한 KF 마스크를 수차례 빨아 쓰거나 천 마스크를 쓴다"며 "이마저도 못 구해 목토시를 올려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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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공장에서는 한국인 근로자에게는 이틀에 1개씩,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일주일에 1개를 주며 차별도 한다. 김 소장은 "직장을 잃어 생활비도 부족한 상황에서 시중 마스크 가격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정보 전달은 '불통' 수준이다. 김 소장은 "영어나 중국어 못하는 사람도 많아 뉴스, 정부 제공 정보를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정부의 고급 정보 아닌 과장된 외국 영상, 가짜뉴스를 접하고 있다"고 했다.
통역은 진료 문제로도 이어진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네팔 노동자와 보건소에 함께 간 적이 있는데 통역 없이는 진료 안 될 상황"이라며 "70% 정도가 이런 상황이라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