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건너 앞집 살던 젊은 부부랑 초등학생 딸이 불난 집을 보면서 한참을 울더라고..."
7일 경북 울진군 북면 주인리에 거주하는 심은혜씨(여·73)는 길 건너에 있는 집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심씨가 거주하는 지역은 지난 4일 발생한 울진 산불의 직격탄을 맞았다. 심씨의 앞집, 옆집 모두 불에 탔지만 심씨의 집은 뒷산의 나무들만 탔을 뿐 천만다행으로 화마를 피했다. 심씨는 "옆 집에 조용한 노부부가 살고 계셨는데 여기 왔을 땐 이미 대피하신 것 같더라"며 "대피소에서 잘 지내셔야 할 텐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7일 머니투데이 취재진이 찾은 경북 울진군 산불 피해 현장은 전쟁터를 떠올리게 했다. 울진 방향으로 난 국도36호선 금산터널에 접근하자마자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하늘을 뒤덮었다. 하늘에 떠 있는 분주한 헬기들은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다.
피해를 크게 입은 주인리 쪽으로 향하자 마을 어귀부터 검게 그을린 땅들이 눈에 띄었다. 피해를 입은 가옥들은 마치 포탄을 맞은 듯 모두 무너져 뼈대만 앙상히 남았다. 전자렌지 등 미처 빼내지 못한 살림살이가 화마가 덮친 당시의 긴박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푸른 솔잎들은 시커멓게 그을렸고 땅에서는 아직도 미처 가시지 않은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잿더미가 된 집 근처로 가자 매캐한 탄내가 코를 찔러 오래 머무르기도 힘들었다. 산등성이에 위치한 산소에도 불길이 덮쳐 봉분 주위가 그을려 있었다.
12년 째 주인1리에서 거주하고 있는 60대 박모씨는 "설마 우리 집은 타지 않을 줄 알았다"며 "사전투표를 하고 오는데 집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어 작은 가방 하나 달랑 챙겨나왔다"고 했다. 현재 이재민 대피소인 울진국민체육센터에서 머무르고 있는 박씨는 "도대체 여기서 언제까지 지내야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울진국민체육센터 3층에 마련된 임시 이재민 대피소에는 이재민 700여명이 머무르고 있다. 대피소 안으로 들어서니 대한적십자사에서 제공한 노란색 사각형 텐트 약 80개가 줄지어 내부를 채우고 있었다.
이재민이나 이들의 상황을 점검하는 경찰, 대학적십자사 봉사원 등은 촘촘하게 자리잡힌 텐트 사이 비좁은 길 틈으로 오가야 했다. 텐트 위에는 이재민들의 옷가지나 수건이 걸려있었고 살짝 열린 텐트 문 안 쪽으로 보인 이재민들은 대부분 자리에 누워 휴대전화를 하거나 밖으로 나와 방송 뉴스를 시청하는 모습이었다.
독자들의 PICK!
이재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일부 마스크를 턱까지 내려쓴 상태로 텐트 밖에 앉아있는 이들도 있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평생을 살아온 터전을 떠난 마을 주민들은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거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는 60대 홍모씨는 살던 집과 논밭이 모두 불에 탔다. 오늘도 불탄 집에 다녀왔다는 홍씨는 "아직도 집이 불타고 있다 키우던 개 2마리와 고양이는 없어졌고 닭 6마리가 죽었다"며 울먹였다.

코로나19(COVID 19)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 속에서 대피소 단체 생활이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울진 북면에서 평생을 살아왔다는 주민 A씨(80)는 "통장이고 족보고 다 타버리고 남은 게 없다"며 "불길이 너무 심해서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달려왔다"고 말했다.
A씨는 "모르는 사람들이랑도 계속 붙어있고 먹을 걸 나눠줄 때도 여러 사람 손을 거치니까 (위생상) 좋지 않을 것 같다"며 "울진도 코로나가 심각한데 같이 모여있으니까 감염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울진 산불은 지난 4일부터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산불 발생 35분만인 4일 낮 11시52분께 대응1단계가 발령됐고 오후 1시50분께 소방청 전국 소방력 동원령이 발령됐다. 경북소방본부는 도내 전 소방서 가용 소방력(소방차 275대·인력 1059명)을 동원, 산불 진화 및 국가 중요시설·민가·축사 등 시설 방어에 소방력을 집중하고 있다.
소방청은 전국 소방력동원령 발령 즉시 산불 발생지역과 가까운 대구, 울산, 경기 등 5개 시·도 소방차량 35대를 1차적으로 출동 조치했다. 이후 15개 시·도 및 중앙구조본부 등 가용 소방력(소방헬기 4대·소방차량 154대·인원 389명)을 총 동원해 산불 진화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