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꿀벌은 인간에게 유익한 곤충이다. 벌꿀, 밀랍, 로얄젤리, 프로폴리스와 같은 다양한 양봉산물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꿀벌이 없으면 열매도 맺을 수 없다. 수술에서 나온 꽃가루를 암술머리로 옮기는 가루받이를 담당해 전 세계 야생식물 90%가 열매를 맺는 데 필수 매개 역할을 한다. 꿀벌에 의한 화분매개의 경제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꿀벌은 사람에겐 달콤한 '꿀'을, 꽃에겐 씨앗이라는 '열매'를 선물해 주는 '착한 매개체'다.
이런 꿀벌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2006년 미국에서는 꿀벌집단이 갑자기 사라지는 '군집붕괴현상'이 처음으로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여러 곳에서 2010년대 들어 꿀벌의 30~40%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35년 무렵에는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게 유엔(UN)의 경고다.
꿀벌의 부재는 생각보다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꿀벌이 제 역할을 못하면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하고 지역 생태계를 교란시켜 물고기 개체 수마저 줄 수 있다. 옥수수 등 소의 사료 공급도 어려워져 초식동물은 물론 인간까지 연쇄 피해를 입는다. 때문에 벌들이 사라진다면 4년 뒤에는 인류도 존재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예측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도 발등의 불이다. 지난해 여름 290만개 수준이던 전국 벌통 수는 연말에 248만개로 줄었다. 가을에만 40만개 이상의 벌통에서 꿀벌이 사라졌는데 개체수로 따지면 최대 100억 마리에 달한다. 올해도 100억 마리 이상이 추가로 자취를 감출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벌에 기생하는 '응애'를 원인으로 꼽으며 응애 박멸에 주력하겠단 입장을 내놨다.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는 살충제, 도시화, 온난화, 대기오염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도 정부는 '응애' 탓을 한다. 기온 변화가 적고 바람이 강하지 않은 곳을 골라 벌을 키울 것을 당부하고 있는 게 거의 유일한 대책이다.
미국에선 꿀벌 실종을 국가차원에서 해결해야할 시급한 대책으로 다룬다. 2015년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꿀벌 등 꽃가루 매개자 보호를 위한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10년 안에 꿀벌 떼 폐사율을 15%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벌과 나비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 전략은 2007년과 2008년에도 수립됐지만 당시처럼 관계 기관 14곳과 민간이 협력하는 대형 프로젝트는 처음이었다.
독자들의 PICK!
우리나라도 더 늦기전에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꿀벌은 먹이(식물학)와 생태(곤충학), 꿀(식품학) 등 다양한 학문과 부처가 연결돼 있는 만큼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기초 학문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필수다. 꿀벌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신속하고 담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