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꼼수 면죄부 된 공탁금]③

감형을 목적으로 피해자의 동의 없이 법원에 합의금(공탁)을 맡기는 형사특례 공탁제도의 부작용을 두고 검찰이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법원도 공탁을 정상참작 사유로 반영하지 않은 사례가 일부 나온다. 다만 엄정해야 할 판결이 전적으로 재판부 재량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만취 상태로 음주단속을 피해 도주하다가 피해자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피고인이 지난해 재판에서 변론 종결 후 선고 13일 전 3000만원을 공탁하자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공탁금을 받을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확인해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선고공판에서 유족들의 입장을 받아들여 '공탁을 양형사유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명시하고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광주지검에서 수사한 음주·무면허 운전 사망사고에서는 보행자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피고인이 1심에서 4000만원을 공탁해 징역 1년을 선고받자 담당검사가 항소심에서 피해자 유족들의 공탁금 수령 거절 의사를 재판부에 전달,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펜션에서 발생한 강제추행 사건의 공소유지를 맡아 피고인이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2000만원을 공탁하자 '피고인이 사과하지도 않았고 일방적으로 공탁한 것이 불쾌하다'는 피해자 의사를 제출해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의 실형 선고를 받아냈다.
형사공탁 특례제도는 형사사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를 모르는 경우에도 형사공탁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로 2022년 12월 시행됐다. 피고인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내 합의를 종용하거나 협박하는 등의 2차 가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일부 피고인이 변론 종결 후 기습적으로 공탁해 피해자 측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꼼수 감형 시도'로 악용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검찰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8월 형사특례 공탁이 신청될 경우 △선고연기 내지 변론재개 신청 △피해자 의사 재판부 제출 △공탁 경위, 금액, 피해 법익, 피해자 의사 등을 고려한 신중한 양형 판단 요구 등을 진행하라는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를 일선청에 하달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대응과 별도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판결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국회의 법 개정이나 대법원의 양형기준 개정, 재판예규 수정 등을 통해 피해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형사특례 공탁제도가 2022년 12월 시행된 뒤 지난해 10월까지 공탁이 이뤄진 사건 중 1, 2심 판결이 나온 988건 가운데 피해자의 입장을 반영해 공탁을 감형 요소로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는 8건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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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검찰인권위원회도 지난해 12월 기습 공탁이 접수되면 피해자가 판결 선고 전에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보장받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공탁' 관련 양형인자를 적용할 때 피해자 의사를 고려하도록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절차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