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당일 집회에 캡사이신 분사 등 총력 대응 방침을 정했다. 최근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 사망자 발생 등 사례를 반영한 조치다. 캡사이신은 윤 대통령이 불법 집회에 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하면서 6년만에 재등장했다. 다만 실제 사용은 2017년이 마지막이다.
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당일 집회에서 폭력 행위가 발생할 경우 삼단봉, 캡사이신 등을 동원해 진압할 방침이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전날 기자들과 정례간담회에서 해당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호영 직무대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당일 (삼단봉이나 캡사이신이) 필요하다면 현장지휘관 판단하에 사용할 수 있다"며 엄정 대응을 시사했다. 이 직무대리는 "과거 집회를 거울삼아 많이 분석했다. 과거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분신이나 물리적 충돌, 폭력 사태 가능성 및 헌재 난입까지도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19일 발생한 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같은 폭력 집회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당시 경찰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부지법 난입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고, 경찰관 51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7년 3월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시 집회 참가자 4명이 사망하고, 경찰차벽이 일부 무너졌던 사례도 감안한 조치다. 당시 경찰은 캡사이신을 동원해 폭력 집회를 진압했다.
경찰의 '분사기 활용 규칙'에 따르면 △불법집회로 생명·신체와 재산 및 공공시설 안전에 대한 위해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범인의 체포 또는 도주 방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캡사이신 사용이 가능하다.
서울경찰청 기동단 출신 경찰관은 "어깨에 짊어지고 쓰는 큰 분사기와 허리에 차는 작은 분사기가 있다"며 "작은 분사기도 사정거리가 3~4m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집회가 격양되면 참여자들이 폴리스라인에 붙어 경찰 방패를 뜯어 뺏으려 하거나 깃봉 등으로 머리를 짓누르고, 다리를 발로 차는 경우도 많다"며 "부상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캡사이신을 이격 용도로 쓰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캡사이신은 2008년 촛불집회를 계기로 도입된 집회 진압 도구다.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은 일반 피부에도 따갑고 쓰라린 자극을 주지만 인체에는 무해하다. 캡사이신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촛불집회, 2015년 세월호참사 범국민대회 등에 사용됐다. 이후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용을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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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사이신이 다시 등장한 건 6년 만인 2023년 5월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동조합의 1박2일 노숙 집회가 계기가 됐다. 당시 윤 대통령은 "그 어떤 불법 행위도 방치·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 행위에 엄정한 법 집행을 해 달라"고 경찰에 지시했다. 경찰은 캡사이신 장비를 휴대했지만 실제로 쓰진 않았다. 지난해에는 민노총 투쟁 선포 대회를 앞두고 경찰이 888ℓ 분량의 캡사이신 희석액을 구매하겠다는 공고를 게시하기도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폭력으로 무너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의 적극적인 법 집행이 필요하다"며 "탄핵 심판 결과에 상관없이 각 집단이 내부적으로 과격한 행태의 자제를 요청하고, 동시에 경찰에서도 이를 부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