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소멸시효 완성된 빚 이자 갚았다고 시효이익 포기한 거 아니다"

대법 "소멸시효 완성된 빚 이자 갚았다고 시효이익 포기한 거 아니다"

조준영 기자
2025.07.24 15:12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해당 채무를 승인했더라도 이를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면서도 그 이익을 포기했다'고 추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익을 포기하는 의사표시를 했는지 여부는 개별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4일 채무자 A씨가 채권자 B씨에 대해 제기한 배당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B씨로부터 4차례에 걸쳐 총 2억4000만원을 차용했고 이중 첫번째와 두번째 차용금 이자채무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에서 B씨에게 1800만원을 일부 변제했다.

이후 A씨 소유 부동산에 관해 실시된 경매에서 근저당권자인 B씨는 남은 원금에 그동안의 이자를 포함해 총 4억6000여만원을 배당받는 내용으로 배당표가 작성됐고 A씨는 이 금액이 실제 채권액을 초과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첫번째와 두번째 차용금 이자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해당 채권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종전 대법판례에 따라 A씨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에서 차용금을 일부 변제함으로써 해당 이자채무에 관한 소멸시효 완성의 이익을 포기했다고 추정해야 한다고 판단,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수의견으로 종전 판례는 타당하지 않아 변경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추정 법리'는 시효완성 후 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했다는 사실로부터 △시효완성에 관한 채무자의 인식 △시효이익 포기에 관한 채무자의 의사표시를 사실상 추정하는 법리다.

대법 재판부는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채무자가 시효완성으로 채무에서 해방되는 이익을 알면서도 그 이익을 포기하고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고 오히려 채무자가 시효완성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채무승인을) 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멸시효는 권리자가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권리를 소멸시킴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제도"라며 "그런데 추정 법리는 시효완성 후 채무승인이라는 사정만 있으면 채무자로 하여금 추정을 번복하게 할 부담을 부과해 채무자를 본래 법이 예정하지 않았던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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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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