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 이식을 거부한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한 남성이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장기 이식을 거부한 건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남편의 청구를 기각했다.
SBS '모닝와이드'는 지난 26일 방송에서 '간' 때문에 갈라선 부부의 사연을 공개했다.
결혼 3년차로 어린 두 자매를 키우는 부부에겐 최근 예기치 못한 불행이 찾아들었다. 남편이 희귀 간 질환에 걸려 시한부 1년 선고를 받았다.
간 이식이 가능한 가족을 찾던 중 아내가 '이식 적합' 판정을 받았다. 남편은 희망에 부풀었지만, 아내는 자신이 '선단 공포증'을 앓고 있어 간이식이 어렵다며 "주사만 봐도 겁이 나는데, 날카로운 수술용 칼을 상상하면 도저히 수술대에 누울 수 없다"고 했다.
남편은 아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병 간호에 지극정성인 아내가 위선자로 보였고, "간호 따위 해서 뭐해", "당신이 나 죽인 거나 다름없어", "그깟 메스가 무서워 배우자를 죽게 놔둬?" 등 폭언을 쏟아냈다.
시부모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편이 죽어가는 걸 두 눈 뜨고 보겠다는 거냐"며 며느리를 나무랐다.
다행히 기적적으로 장기 기증인이 나타나면서 남편은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건강을 되찾은 그는 아내를 용서할 수 없었다. 더구나 아내 지인을 통해 아내가 선단 공포증을 앓은 적이 없고, 과거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아내는 "거짓말 맞다"면서도 "무서웠던 건 사실이다. 내가 수술받다 잘못되면 우리 어린 딸들은 어떡하냐"고 변명했다.

남편은 "결국 내가 죽든 말든 상관없었던 것 아니냐"며 배신감을 드러냈고,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남편은 아내가 장기이식을 거부한 것이 '악의적 유기'이자 민법상 부양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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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장기 기증은 신체에 대한 고도의 자기결정권에 속하는 영역"이라며 "이를 거부했다는 사실만으로 혼인 파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민법상 부부간 부양 의무는 서로 생활을 보장하라는 의미지, 생명을 걸고 희생하라는 뜻까지 포함되진 않는다는 뜻이다.
법원은 또 아내가 장기이식을 거부한 이유에는 자녀 양육에 대한 현실적인 불안과 우려가 있었고, 이는 보호자로서 충분히 타당한 사유로 인정된다고 봤다.
법원의 판결에도 갈등은 좀처럼 봉합되지 않았다. 결국 부부는 쌍방이 이혼에 동의했고, 2심에서는 누구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지를 따지게 됐다. 남편은 아내의 거짓말이 부부 간 신뢰를 해쳤다고 했고, 아내는 남편의 폭언과 장기이식 강요가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장기 이식을 강요하고, 거부했다는 이유로 아내를 비난하며 부부간의 신뢰를 훼손한 남편에게 혼인 파탄의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장샛별 변호사는 "많은 분이 '배우자를 살릴 수 있는데도 거부하는 건 배신 아니냐'고 묻는다. 하지만 법원은 감정과 다르게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양 의무는 배우자에게 생명을 유지할 정도로, 또 본인과 같은 정도의 생활을 보장하라는 의미는 있어도 내 생명을 걸고 수술대에 올라가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그래서 장기이식 거부를 부양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