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해달라" 한마디에 벌어진 식당 비극…반복되는 '분노범죄' 왜

"조용히 해달라" 한마디에 벌어진 식당 비극…반복되는 '분노범죄' 왜

민수정 기자, 오문영 기자
2026.04.12 05:58

[MT리포트]제2의 김창민은 막아야 한다②말 보다는 주먹, 분노사회 대한민국

[편집자주] 고 김창민 감독 사건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폭력은 일상이 됐고, 사법시스템은 제 역할을 못했다. 느린 걸음을 함께 하는 사회 분위기도 부족했다. 남겨진 가족이 외롭지 않게, '제2의 김창민'을 막기 위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짚어본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 기자.
/그래픽=윤선정 디자인 기자.

"조용히 해달라"는 말 한마디가 집단 폭행으로 번졌다. 고(故) 김창민 감독 사건은 식당이라는 일상 공간에서 벌어진 사소한 시비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번졌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준 충격이 작지 않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20일 아들과 함께 식사하기 위해 경기 구리시의 한 식당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옆자리 일행이 소란스럽자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법한 상황이 한 가족의 삶을 무너뜨린 사건으로 이어진 건 순식간이었다.

문제는 이같은 폭력이 더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소한 갈등이 극단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충북 청주에서는 길을 비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달 기사가 차량 운전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2024년 경기 성남 분당의 한 카페에서는 60대 남성이 '욕설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한 학부모 얼굴을 가격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7세 아들은 어머니가 폭행 당하는 상황에 그대로 노출됐다.

사회 전반의 분노 수준이 높아진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 발전으로 비교 심리가 작동하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분노 수위가 올라갔다"며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자극적인 콘텐츠도 폭력 성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소한 감정 충돌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연한다는 건 통계도 뒷받침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폭행 범죄는 연평균 11만7618건 발생했다. 하루 평균 322건이 접수되는 셈이다. 범행 동기(2024년 기준)로는 부주의·과실이 33.1%로 가장 많았다. 대인 갈등이 24.9%로 뒤를 이었다.

일면식이 없는 관계에서 벌어지는 폭력도 적지 않다. 폭력 범죄의 44.4%는 '전혀 모르는 관계'에서 발생했다. 2022년 대비 2년 동안 6.8% 늘었다. 김 감독 사건 역시 초기 수사 단계에서 "우발적 사고"라며 쌍방 과실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집단 상황에서 폭력성이 증폭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책임 의식이 줄고 감정에 쉽게 동요된다는 점에서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폭력 범죄는 개인과 다수,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집단은 익명성이 작용해 개인보다 폭력성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도 "가해자가 여럿일 경우 감정이 쉽게 격앙된다"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 김창민 감독의 영정사진./사진=고 김창민 감독 인스타그램 캡처.
고 김창민 감독의 영정사진./사진=고 김창민 감독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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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민수정 기자입니다.

오문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오문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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