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클린 스쿨-자살 없는 학교 ①-2위기 앞 홀로 선 청소년들-81%, 사망 전 위기 신호 보낸다

극단적 시도를 한 청소년 상당수가 반복적으로 위험 신호를 보내고도 낙인 우려나 무관심 등으로 제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살 예방의 핵심은 위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10일 대한의학회지(JKMS)에 따르면 2015~2022년 8년 동안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을 찾은 자살 시도·자해 환자 4452명 가운데 24세 이하 청소년·청년은 1445명(32.5%)이다.
김태한 서울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이 이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청소년·청년층의 2개월 내 응급실 재방문율은 7.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25~40세 성인의 재방문율(5.8%)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 차례 위기를 겪은 이후에도 다시 자해·자살 시도가 반복될 만큼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청소년기 자살 시도 등 위험 신호가 치료나 지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제 극단적 시도로 목숨을 잃은 청소년의 상당수는 생전 위험 신호를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홍현주 한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2015~2021년 자살로 숨진 초·중·고교생 36명을 심리부검 형식으로 조사한 결과 29명(81%)이 사망 전 언어적·행동적·정서적 신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심리부검은 유족 면담과 유서 검토 등으로 사망 원인을 추적하는 조사 방법을 뜻한다.
조사 결과 언어적 신호(69.4%)를 보낸 경우가 가장 많았고 행동적 신호와 정서적 신호가 뒤를 이었다. 예컨대 '정말 죽고 싶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 등과 같은 말을 하거나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변화 등이 이에 포함된다.
조사 대상 36명 가운데 35명은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정기적으로 약물 치료를 받은 경우는 단 3명에 불과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청소년들의 치료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소아·청소년 100명 중 실제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이 6% 수준에 그쳤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본지가 만난 청소년 시절 극단적 시도 경험자들의 증언도 비슷했다. 교사나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거나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경험 때문에 결국 혼자 문제를 감당하려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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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상황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경험이 자살 예방에 중요한 부분이 되기도 했다. 청소년기 자해 경험이 있다고 밝힌 20대 A씨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센터에서 선생님이 저를 끝까지 기다려주는 모습을 보고 진심을 느끼게 됐다"며 "'죽고 싶다'는 말에 곧바로 달려와준 친구 때문에 자살 시도를 멈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해 위험 징후 조기 발견과 개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환경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는 "최근 청소년들은 게임 등 디지털 공간에서 자살 징후를 더 많이 표현하고 있다"며 "자살을 의미하는 암호를 쓰는 등 활발하게 SNS를 사용하기 때문에 디지털 자살 징후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학교에서 실시하는 '정서행동특성검사'에 방어적 태도로 응답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교육계에서 낙인 해소를 위한 고민을 지속하고 마음 건강을 챙기는 일에 대한 중요성을 지속해서 홍보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안실련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