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족 특례란 범죄자의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범죄자를 숨겨주거나 도피시키거나 증거를 없애줘도 처벌할 수 없다는 규정입니다.
형법 제 151조 1항에 따르면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다만 2항에는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해 이러한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또 제 155조 1항에 따르면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이 또한 4항에 따라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해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1953년 제정 후 70년 넘게 유지된 친족 특례에는 혈육을 감싸려는 행위가 인간 본성상 자연스러운 만큼 국가가 형벌권으로 통제하기 어렵고, 친족에게 고발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살인, 성범죄 등 죄질이 무거운 중대범죄의 경우 단지 친족이라는 이유로 증거인멸 행위를 면책해 주는 것이 과연 정의에 부합하느냐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특히 최근 광주에서 여고생 이채원양을 납치·살해한 장윤기의 아버지가 핵심 증거를 폐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친족 특례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 아버지는 사건 직후 장윤기가 거주하고 있던 원룸 자취방에 찾아가 사람 모양의 성인용품 '리얼돌'을 폐기 처분했습니다. 성범죄 혐의의 핵심 증거를 훼손했음에도 장윤기 아버지는 친족 특례 규정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해 12월 유사한 취지로 가족 간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 처벌을 면제해 주던 친족상도례 규정을 시대적 흐름에 맞춰 폐지했다"면서 "(친족) 특례 역시 개선돼야 할 부분이 없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친족 특례를 삭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는데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인 한정애 의원은 형법상 범인은닉죄, 증거인멸죄 등에 적용되는 친족 특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지난 2일 대표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가족이나 친족이라도 범인을 숨겨주거나 증거를 인멸할 경우 예외 없이 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다만 친족 특례를 일률적으로 폐지하기보다는 법원의 재량에 맡기는 임의 조항 방식으로 바꾸는 절충안도 거론됩니다. 이근우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경찰관인 아버지가 증거를 인멸한 사건은 이례적"이라면서 "예외적 사례를 일반화하지 말고 지금처럼 (친족 특례로) 무조건 처벌하지 못하는 규정을 '처벌하되 형을 감경한다'든지 다른 (입법) 형태로 바꿀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