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고 채수근 해병 어머니 "제2의 수근이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수해 사고 현장에서 무리하게 수중 수색을 하도록 지시해 고 채수근 해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심에서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채 해병이 숨진 지 1115일 만의 결과다.
서울고법 형사합의4-3부(부장판사 전지원)는 7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함께 재판에 넘겨진 다른 피고인들과 특검팀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박상현 전 해병대 1사단 제7여단장 금고 1년 6개월 △최진규 전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포11대대장 금고 1년 6개월 △이용민 전 포7대대장 금고 10개월 △장모 전 포7대대 본부중대장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1심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2심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을 비롯한 지휘관들이 사전에 위험 요인을 제거 및 감소한 상태에서 명확하게 작전을 지시하고, 안전 장비를 확보하는 등의 조처를 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의 업무상 과실과 해병대원들의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다.
2심 재판부는임 전 사단장의 군형법상 명령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며 원심의 형을 파기했지만 징역 3년의 형량은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사단장으로서 해병대원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최상급 지휘관"이라며 "(임 전 사단장의) 강요 등에 의해 결과가 발생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사고 발생 후 △책임을 회피한 점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증거를 은폐하려 한 점 △장기간 수사에서 부하들의 진술을 통제한 점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다만 34년간 군인으로서 국가에 헌신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박 전 여단장에 대해선 "부대원들의 위험을 인식할 수 있음에도 최소한의 안전장비를 확보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외면한 채 지휘·안전 책임을 대대장과 부대장에게 전가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해병대의 상명하복 명령 체계 속에서 임 전 사단장의 강력한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점을 참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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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전 대대장에 대해선 "막중한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임 전 사단장, 박 전 여단장으로부터 반복해서 질책을 받자 성과를 보여줘야 한단 압박을 느껴 정식 승인이 없었음에도 해병대원들이 허리까지 들어가도록 단정적으로 지시했다"며 위험한 수중수색을 초래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 전 대대장이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은 참작하면서도 원심이 정한 형이 정당하다고 보고 형을 유지했다.
선고 직후 채 해병의 어머니는 기자들을 만나 "제2, 제3의 수근이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아들에게 미안하지 않게 피고인들에게 엄벌이 내려지기를 매일 밤 기도했다"며 "가슴이 찢어지고 피눈물이 난다. 2심 선고 결과가 이렇게 나와 허탈할 뿐"이라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 등은 2023년 7월19일 경북 예천군 폭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작전을 이행하던 해병대원들에게 무리하게 수중 수색을 하도록 지시해 채 해병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다른 해병대원들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임 전 사단장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함께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이는 당시 작전 통제권이 육군으로 이관됐음에도 임 전 사단장이 현장 지도 등 사실상 작전통제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부대원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사단장으로서 명확한 지침을 전파하지 않았다"며 "성과 창출을 위해 수색 지시를 반복하는 등 대원들의 생명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