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이 또 스토킹했어요"…모녀 일상 되찾아준 '피해자전담경찰'

"전남편이 또 스토킹했어요"…모녀 일상 되찾아준 '피해자전담경찰'

청주(충북)=민수정 기자
2026.08.0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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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이유정 청주흥덕경찰서 피해자전담경찰관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61만건(2025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지난 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주흥덕경찰서에서 만난 이유정 경사./사진=민수정 기자.
지난 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주흥덕경찰서에서 만난 이유정 경사./사진=민수정 기자.

"그 사람이 또 찾아왔어요."

지난해 9월 50대 주부 A씨는 집 앞을 서성이는 전남편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비슷한 신고를 한 지 6개월 만이었다. 전남편이 별다른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혼생활 내내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던 A씨는 극심한 불안에 휩싸였다.

전남편의 스토킹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A씨 주변을 맴도는 주기도 점점 짧아졌다. 하지만 A씨는 초등학생 딸에 대한 안전조치만 신청했을 뿐 정작 자신을 위한 보호조치는 망설였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전남편이 자신 때문에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이유정 청주흥덕경찰서 경사와 동료 경찰들은 A씨에게도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며 설득했다. 여러 차례 상담 끝에 A씨는 민간경호 등 보호조치를 받기로 결심했다. 이 경사는 "수사부서와 협력하면서 안전조치는 가해자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피해자와 자녀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라는 점을 계속 설명했다"고 말했다.

전남편은 A씨에게 배치된 민간경호원에게 발각되는 등 여러 차례 추가 스토킹을 시도했다. A씨 집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TV)를 파손하고 메모리카드를 훔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기존 안전조치만으로 A씨를 보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전남편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했고 A씨 가족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가해자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최근 이 경사는 A씨에게서 "새집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현재 A씨에 대한 안전조치도 모두 종료된 상태다. 이 경사는 "앞으로도 새로운 삶에 잘 정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장 누비며 빈틈 메웠다…피해자 위해 '발로 뛰는 경찰'
지난 4월13일 오전 4시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한 3층짜리 상가 1층 음식점에서 LP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해 잔해물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사진=청주서부소방서=뉴시스.
지난 4월13일 오전 4시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의 한 3층짜리 상가 1층 음식점에서 LP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해 잔해물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사진=청주서부소방서=뉴시스.

이 경사는 7년째 충북경찰청에서 피해자전담경찰로 근무하고 있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상담 경력을 쌓은 뒤 2018년 특별채용으로 경찰에 입직했다. 피해자전담경찰은 범죄 피해자를 대상으로 안전조치를 운영·관리하고 사건 초기 심리안정 상담과 유관기관 연계 등을 통해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돕는 역할이다.

범죄뿐 아니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재난·사고 현장에도 직접 찾아간다. 지난 4월 16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천안 봉명동 상가 가스폭발 사고 당시에도 이 경사는 병원을 직접 찾아가 피해자들의 상태를 살폈다.

이 경사는 "피해자 대부분이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현실감이 없었는 상태였다"며 "사고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신체적·심리적 반응을 설명하고 필요한 지원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현장을 뛰면서 발견한 제도의 빈틈은 직접 메웠다. 이 경사는 안전조치가 끝난 뒤에도 피해자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1년 동안 CCTV와 비상벨 등을 무상지원하는 제도를 직접 기획했다.

사고·재난 피해자가 시민안전보험 혜택을 놓치지 않도록 청주시와 피해자 정보를 공유하는 협약도 추진했다. 이 덕분에 봉명동 가스폭발 사고 당시 모든 피해자를 신속하게 유관기관과 연계할 수 있었다. 이런 적극성으로 행정안전부·법무부 장관상 등 수상 경험도 많다.

이 경사는 "청주시가 제안한 협약을 청주 관내 다른 경찰서도 함께 맺을 수 있도록 도왔다"면서 "전국 최초로 시행된 뒤 다른 지방자치단체로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회복은 사회 모두의 몫, 누구나 같은 수준의 보호 받아야"
청주흥덕경찰서 소속 경찰이 전화할 때 시민 휴대전화에 뜨는 문구. 이 경사는 시민이 안심하고 경찰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Pol-call 안심에 신뢰를 더하다 지원제도 안내시스템 고도화 계획'을 만들었다. 해당 사업은 지난 5월부터 정식 운영되고 있다./사진=민수정 기자
청주흥덕경찰서 소속 경찰이 전화할 때 시민 휴대전화에 뜨는 문구. 이 경사는 시민이 안심하고 경찰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Pol-call 안심에 신뢰를 더하다 지원제도 안내시스템 고도화 계획'을 만들었다. 해당 사업은 지난 5월부터 정식 운영되고 있다./사진=민수정 기자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적잖았다. 경찰의 도움 자체를 경계하는 피해자를 설득해야 할 때도 있고, 경찰을 '아줌마'라고 부르며 비협조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필요한 지원이 있어도 연계할 기관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인력 부족도 문제다. 일선 경찰서마다 피해자전담경찰은 1~2명에 불과하다. 담당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피해자 보호는 수사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이 경사는 강조했다. 경찰청도 지난 6월 기존 '범죄피해자보호계'를 '과'로 확대 개편하는 등 피해자 보호 기능을 강화했다.

이 경사는 "범인을 검거하는 것만큼 피해자가 평온한 일상을 되찾도록 돕는 일도 경찰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누구나 지역이나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같은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시스템이 더 촘촘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보호는 경찰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지역사회 안전망을 더 꼼꼼하게 구축해 범죄 피해자뿐 아니라 내 이웃과 아이들까지 모두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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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민수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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