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 '배수관' 지나는 휴게실…아파트 미화원 불길에 갇혔다

머리 위 '배수관' 지나는 휴게실…아파트 미화원 불길에 갇혔다

최문혁 기자, 김완렬 기자
2026.10.3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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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준비' 지하 휴게실 들어갔다가…70대 미화원 중상

지난 29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 아파트 지하 휴게실에서 천장이 낮아 허리를 숙이고 지나는 모습./사진=김완렬 기자.
지난 29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 아파트 지하 휴게실에서 천장이 낮아 허리를 숙이고 지나는 모습./사진=김완렬 기자.

"뭔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나오니 천장 배관을 감싼 자재가 불에 타 녹고 있었어요."

30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관계자는 전날 발생한 화재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당시 출근해 지하 휴게실에서 옷을 갈아입던 70대 청소미화원 A씨는 불길을 피해 빠져나오지 못했다. A씨는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연기가 너무 심해 나갈 수 없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결국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이날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화재가 나고) 밖으로 뛰쳐나와 소화기를 들고 다시 내려갔는데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불이 순식간에 크게 번졌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 29일 오전 7시53분쯤 발생해 오전 9시20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이 불로 A씨가 중상을 입었고 주민 3명도 연기를 흡입해 다쳤다.

전문가들은 해당 휴게실이 애초에 근로자들이 쉬기에 적절하지 않은 공간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A씨가 머물던 휴게실은 아파트 지하실 가장 안쪽에 있었다. 휴게실에 가려면 허리를 숙여야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천장이 낮고 배수관이 복잡하게 설치된 통로를 지나야 했다.

이 아파트의 다른 관계자는 "지상 관리사무소에는 경비원들이 사용하는 휴게실이 따로 있지만 청소미화원들은 지하 휴게실 외에는 쉴 곳이 없다"고 말했다.

배수관을 천과 종이 등으로 감싸 휴게공간으로 사용해 온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화재 당시 배수관을 감싼 자재가 불에 탔다는 증언이 나온 만큼 이들 자재가 연기 확산과 인명피해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태헌 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 공간은 건물의 전기·통신선, 가스관 등 설비를 설치하기 위한 공용 공간인 피트(PIT) 공간이었을 것"이라며 "피트 공간은 화재 위험이 크고 통풍이 안 돼 질식 우려가 있어 주거·생활 용도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휴게실이 법에서 정한 근로자 휴게시설 기준을 충족했는지도 의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휴게시설 설치·관리 기준은 원칙적으로 천장 높이 2.1m 이상, 바닥면적 6㎡ 이상 등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휴게실의 정확한 규격과 법 위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피트 공간을 휴게실로 활용하는 것은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문제"라며 "지자체에 피트 공간의 불법적 사용을 감독할 권한은 있지만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간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9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와 같은 단지 내 다른 지하 휴게실의 모습./사진=김완렬 기자.
지난 29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와 같은 단지 내 다른 지하 휴게실의 모습./사진=김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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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혁 기자

머니투데이 사회부 사건팀 최문혁 기자입니다.

김완렬 기자

안녕하세요. 편집국 김완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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