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배트 한 개에 250만원, 사회인 야구 열풍의 현주소

사회인 야구 동호인들 사이에서 꿈의 배트로 불리는 'Z2K' 배트, 일명 '도깨비 방망이'라 일컬어지는 알루미늄 배트 하나가 250만 원을 호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외형으로는 보통의 알루미늄 배트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배트만 사용하면 홈런을 '뚝딱' 만들어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 유통되는 보통의 알루미늄 야구 배트가 20~30만 원대에 거래되는 상황이니 10배가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이다.
사회인 야구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꿈에서라도 한 번쯤 사용하고 싶은 배트다. 야구 동호인들에게는 여성들의 명품 가방 못지않은 '명품 배트'로 여겨진다. 원산지인 미국에서 2001년부터 생산이 중단돼 쉽게 구할 수도 없다.
사회인 야구 동호인 조병일(26) 씨는 "좋은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치면 타구가 10m는 더 나가는 것 같다"며 "배트 반발력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심리적으로 자신감이 생기고 편안해져 더 좋은 타격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배트가 워낙 비싸다 보니 타격하고 배트를 들고 뛰는 웃지 못할 상황이 비일비재로 일어난다"며 "배트를 아끼기 위해 타격할 때 아무 공이나 치지 않는 것도 좋은 타격의 비결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Z2K' 배트는 미국 배트 제조업체 이스턴社에서 2000년 출시와 동시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반발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미국 대학월드시리즈에서 역대 한 대회 최다 홈런 신기록을 갈아치웠고 극심한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에 생산이 중단됐다고 전한다.
결국 '도깨비 방망이'는 한국 사회인 야구 리그에서만 사용되고 명품 대접을 받는다. 새 제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중고 제품도 상, 중, 하로 나눠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상태가 좋은 제품은 100~150만 원대에 거래되고 상태가 나쁜 제품이라도 50만원을 호가한다.
'Z2K'의 인기와 함께 당시 비슷한 재질로 만든 알루미늄 배트들도 덩달아 인기몰이다. '원조도깨비', '회색도깨비', '빨갱이도깨비' 등 야구용품 거래 사이트에는 도깨비라는 이름만으로도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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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도깨비'는 1998년 이스턴社가 기존의 알루미늄 배트의 재질보다 한층 강화된 알루미늄 합금(C500)을 사용해 만든 'Redline' 배트를 말한다. 1998년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우승할 당시 SK 박재홍과 LG 이병규가 이 배트로 홈런을 쳐서 화제가 됐다. 이 제품도 10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회색도깨비'는 1999년에 'Redline' 배트의 단점인 온도변화에 약한 점을 최대한 보안하고 탄성을 더욱 강화한 소재인 SC500 재질로 만든 배트를 말한다. '빨갱이도깨비'는 'Z2K'와 모든 재질과 재원은 똑같고 도색만 다르게 나온 '지코어(BZ3-Z)' 배트다. 두 배트 모두 새 제품은 15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

한편 'Z2K'도 두 종류가 있는데 최초에 출시된 모델에는 '2000-2001'라는 표시가 있어 이 배트를 '오리지널 도깨비'로 부른다. 새 제품은 쉽게 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부르는 게 값이라 하겠다. 심지어는 깨진 'Z2K' 배트를 용접해 사용하는 '용접 도깨비'도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한편 '도깨비'라 불리는 SC500 배트들의 단점은 반발력은 출중하지만 내구성은 좋지 않아 영상 15도 미만에서 타격시 쉽게 깨진다고 전한다. 배트의 반발력과 내구성은 서로 상충되는 성질이 있어서 반발력을 높이면 내구성이 떨어지고 내구성을 높이면 반발력이 떨어진다.
현재 미국 알루미늄 배트의 반발력 규제로 판로가 막힌 대다수의 배트 제조업체들이 한국을 새로운 시장으로 생각해 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2000년대 초에는 알루미늄 배트가 40~50만 원에 거래됐던 것에 비해 현재는 10~20만 원에 새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이 내린 만큼 반발력도 떨어져 결국 반발력이 좋은 '도깨비 방망이'의 인기는 더욱 치솟고 있다. 요즘 사회인 야구에서는 반발력이 떨어지는 값싼 배트의 내부를 깎아서 반발력을 증대시킨 '쉐이빙 배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한야구협회 장윤호 이사는 "강한 타구는 타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겠지만 수비수에게는 큰 부상의 위험이 있다"며 "사회인 야구에도 미국 대학 야구처럼 알루미늄 배트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해 '도깨비'에 열광하는 사회인 야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