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 팬들에게 오는 5월 31일(한국시간) 펼쳐지는 2025-202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은 의미가 남다르다. 이강인이 활약하고 있는 파리 생제르맹(PSG)이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강인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해 PSG의 우승에 공헌한다면 한국인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활약한 우승팀 멤버가 될 수 있다.
PSG의 대회 2연패 달성 여부도 관심사다. PSG는 창단 이래 처음으로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PSG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아스널과 격돌한다. 현재 PSG의 근소한 우세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올 시즌 PSG에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가 있다. 내 집 마련 프로젝트다.
PSG는 유럽 축구 대다수의 빅 클럽과는 달리 홈구장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특유의 정서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축구장은 철저히 공공재였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건설비용을 마련하고 경기장을 관리하는 게 불문율처럼 여겨져 왔다.
경기장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 축구단이 올랭피크 리옹 등 소수에 지나지 않는 이유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민간기업의 축구장 건설 투자가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78%의 축구장 건설비용은 지자체의 '곳간'에서 나온다.
PSG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파르크 데 프랭스는 프랑스 혁명 전 프랑스 왕실의 유원지 부지에 1897년 조성된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경기장이다. 본격적으로 이 곳에서 축구 경기가 펼쳐진 것은 1932년부터였고 1974년 이래 PSG의 홈구장이 됐다.
PSG는 1990년대까지 파르크 데 프랭스 경기장 사용료를 사실상 면제 받았다. 여기에다 PSG는 지자체의 지원금도 받았다. 이와 같은 지자체의 지역 축구 클럽에 대한 후원과 배려는 프랑스에서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지역 축구 클럽을 지원하는 게 지자체의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카타르 자본이 PSG를 인수한 뒤에 PSG는 파리시에 연간 35억 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고 경기장의 상업적 운영 권리를 확보했다. 파르크 데 프랭스는 노후시설이었기 때문에 PSG는 경기장 리모델링에 약 1300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세계적 빅 클럽으로 성장한 PSG에 파르크 데 프랭스는 너무 작은 경기장이었다. 현재 파르크 데 프랭스의 관중 수용 규모는 약 4만 8000명 수준이다.
유럽의 축구 클럽들은 한 시즌에 보통 홈구장에서 25~30경기를 치른다. 축구 클럽이 축구 경기로 돈을 벌 수 있는 영업일이 채 한 달도 안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유럽 빅 클럽들은 경기가 펼쳐지는 날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관중 수용 규모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값비싼 프리미엄 좌석을 새로 설치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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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PSG는 경기일에 다른 빅 클럽들처럼 많은 관중을 모이게 할 수 없고 프리미엄 좌석을 확장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경기장이 작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시즌 PSG의 매출 가운데 경기일 수입에서도 드러난다. PSG의 경기일 수입은 약 2647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 수입은 각각 3484억 원과 3140억 원을 벌어들인 스페인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나 FC 바르셀로나의 경기일 수입에 비해 낮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관중 수용 규모가 PSG에 비해 약 2배 정도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PSG는 8만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대대적인 경기장 확장 공사를 추진해 왔다. 경기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추가적인 부지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늘 걸림돌은 경기장 소유권에 대한 문제였다. PSG는 경기장 주변 약 50헥타아르에 달하는 광대한 부지를 엔터테인먼트 복합 시설로 탈바꿈해 경기장 소유권을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파리 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이 PSG는 파리 시 외곽에 새로운 경기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교롭게도 PSG의 홈 경기장 이전 계획은 올해 초 치러진 파리 시장 선거에서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사회당 소속의 에마뉘엘 그레구아르(49) 후보는 PSG의 경기장 이전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존 경기장 매각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공약을 내놓았다. 도시 재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파리 시 입장에서 PSG의 경기장 이전은 큰 악재가 되기 때문이었다.
결국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후보는 올해 3월 파리 시장에 당선됐다. 이후 파리 시의회는 투표를 통해 파르크 데 프랭스 매각과 관련한 PSG와 공식적인 협상을 지지했다.
현재 PSG의 경기장 매입의 최대 관건은 역시 매입가격이다. 2025년 PSG는 경기장 매입가로 약 669억 원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파리 시는 이 제시액이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연매출 1조 5000억 원을 벌어들이는 부자구단 PSG의 내 집 마련 프로젝트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끝난 뒤에 매듭 지어질 전망이다. 어쩌면 이는 프랑스 최대 빅 클럽이자 파리의 상징으로 성장한 PSG 구단은 물론 도시 재생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파리 시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결정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