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컴바인·계약금 현실화·2년 유예 폐지... 韓 유망주 미국행, 막을 게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으로 향하는 아이들③]

KBO 컴바인·계약금 현실화·2년 유예 폐지... 韓 유망주 미국행, 막을 게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으로 향하는 아이들③]

김동윤 기자
2026.05.29 07:41
한국 야구 유망주들의 미국 도전이 다시 현실화되면서 KBO 리그는 유망주 유출을 막기 위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외 진출 선수의 KBO 복귀 2년 유예 및 지도자 7년 제한 규정 폐지와 신인 계약금 현실화, 그리고 KBO판 드래프트 컴바인 도입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KBO 리그가 유망주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2026 KBO 신인 드래프트'가 지난해 9월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렸다.  10개 구단에 뽑힌 신인 선수들이 허구연 총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6 KBO 신인 드래프트'가 지난해 9월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렸다. 10개 구단에 뽑힌 신인 선수들이 허구연 총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한국야구 유망주들의 미국 도전은 다시 현실이 됐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계약금을 높이고 불확실성을 조금씩 낮추면서 유망주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섰다.

KBO 리그에는 위기다. 미국,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유망주 풀 탓에 한두 명만 MLB로 향해도 그해 신인드래프트 분위기가 달라진다. 올해도 일찌감치 박찬민(18·광주일고)이 필라델피아 필리스행을 확정짓고, 그외 3~4명의 선수들이 관심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제 KBO 리그도 유망주들의 도전을 어떻게 막을지가 아닌 어떻게 하면 오게 할지 접근을 바꿀 필요가 있다. 유망주 유출로 리그의 미래를 걱정하던 2000년대 초반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2년 연속 1000만 관중으로 증명된 야구 열풍은 KBO 리그가 더 이상 쉽게 흔들릴 시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실제로 MLB의 유혹을 받았던 초고교급 유망주들 중 상당수가 국내 잔류를 선택했다.

이럴 때일수록 외면하고 멈췄던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첫 번째가 해외 진출 선수의 KBO 선수 복귀 2년 유예, 지도자 7년 제한 규정도 대만 야구에 따라잡힌 국제무대 경쟁력에 명분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KBO 규약 제107조 '외국진출선수에 대한 특례' ①항에 따르면, 외국 프로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외국 프로구단과 당해 선수계약이 종료한 날로부터 2년간 KBO 소속구단과 선수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그뿐 아니라 7년간 KBO 소속 구단과 감독 계약 및 코치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자국 리그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유망주 유출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 유망주들이 기껏 경험하고 온 큰 무대 경험을 국내에서 살릴 기회조차 박탈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해외 진출에 비교적 적극적이었던 대만 야구가 최근 국제무대에서 성장세를 보이면서, 한국의 폐쇄적인 접근법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에 한 고교 감독 A는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외국인 선수와 지도자들은 데려오면서, 직접 배워온 우리 선수들이 뛰고 가르칠 기회를 막는다는 것도 앞뒤가 안 맞다"고 지적했다.

'2026 KBO 신인 드래프트'가 지난해 9월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렸다.  박준현이 전체 1순위 지명된 후 아버지 박석민과 키움 허승필 단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6 KBO 신인 드래프트'가 지난해 9월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렸다. 박준현이 전체 1순위 지명된 후 아버지 박석민과 키움 허승필 단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또 다른 하나는 신인 계약금의 현실화다. 장현석(22·LA 다저스)을 시작으로 1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이 속속 나오면서 유망주들이 한국에 남아야 할 명분이 약해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2026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박준현(19)은 계약금 7억 원을 받았다. KBO 역대 신인 계약금 공동 3위 기록이다. 하지만 잔류를 결정하기 전 MLB 한 구단이 그에게 제시한 금액은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였다.

KBO 리그 역대 신인 계약금 1위는 아직도 2006년 KIA 타이거즈의 10억 원으로 20년 전에 머물러 있다. 박준현이 받은 7억 원은 1997년 임선동(당시 LG 트윈스), 2002년 김진우(당시 KIA 타이거즈), 2011년 유창식(한화 이글스)이 받은 금액과 동일하다. KBO 구단 스카우트 B는 "계약금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20년, 30년 전에도 5억 이상의 계약금은 나왔는데 아직 그대로다. 지난 20년간 상승한 물가를 생각하면 계약금의 가치는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미국과 비슷하게라도 줄 수 있다고 하면 1순위 유망주도 웬만하면 남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신인 계약금을 현실화하기에 앞서 선행 조건이 있다. 그 선수의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 측정이다. 하지만 정보 접근이 제한된 현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KBO, MLB 스카우트 할 것 없이 입 모아 말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프로·아마 협정서에 따라 KBO 구단들의 신인 지명 대상 선수들에 대한 사전 접촉은 금지돼 있다. 계약 관련 구체적 논의는 물론이고 메디컬 체크도 탬퍼링의 소지가 있다. 신분조회면 선수 측 대리인과 사전 접촉이 가능한 MLB 구단과 다르다.

지난해 열린 MLB 드래프트 컴바인 홍보물. /사진=MLB 드래프트 공식 SNS 갈무리
지난해 열린 MLB 드래프트 컴바인 홍보물. /사진=MLB 드래프트 공식 SNS 갈무리

KBO 스카우트 B는 "MLB 스카우트들은 신분조회만 거치면 유망주의 신체 측정이나 메디컬 테스트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점프만 시켜도 탬퍼링이 된다. 최근에는 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며 선수들의 신체 능력을 측정해주는 사람들도 있는데 KBO 스카우트만 안 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MLB 스카우트들도 움직임이 마냥 자유로운 건 아니다. 규정상 사전 접촉이 허용됐다 하지만, 선수와 학교에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인 만큼 어려움이 있다. MLB 스카우트 C는 "MLB 사무국과 KBSA를 거쳐 신분조회가 되면 그 선수와 한 달 동안 자유롭게 만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래서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 대안이 KBO판 드래프트 컴바인(Draft Combine)이다. 그해 신인드래프트에 나올 유망주들을 한 곳에 모아 신체 검사와 기량 검증을 하는 이 행사는 미국 프로스포츠에서는 익숙한 제도다. MLB에는 현장에 바이오메커닉이 뒤늦게 대두되면서 2021년이 돼서야 도입됐다. 이 행사를 통해 KBO 구단과 MLB 구단은 같은 장소, 같은 기준으로 선수를 측정할 수 있다. 신체 측정, 메디컬 체크, 구속·회전수·타구 속도·스프린트·점프 등 데이터를 표준화하면 구단별 무분별한 테스트로 인한 부상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또 다른 KBO 스카우트 D는 "의외로 메디컬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많이들 다친다. 어린 선수들일수록 잘 보이려는 욕심에 무리를 하기 때문이다. 그 횟수가 반복할수록 부상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화 정우주. 정우주 역시 메이저리그의 숱한 관심에도 국내 잔류를 선택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한화 정우주. 정우주 역시 메이저리그의 숱한 관심에도 국내 잔류를 선택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그밖의 대안으로 과거 1차 지명 제도처럼 전국 단위의 1라운드 드래프트를 일찍 진행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KBO 구단들이 1라운드급 선수에게 국내 구단의 비전과 조건을 먼저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선수들도 선택지를 동일 선상에 비교할 수 있다.

KBO 스카우트 B는 "미국에 나가는 선수들은 보통 5~6월에 결정하고 KBO 신인드래프트는 9월에 한다. 매년 미국에 도전할 선수가 1~2명 정도이기 때문에 1라운드 10명만 일찍 뽑아놔도 괜찮을 것"이라며 "물론 구단에도 부담은 있다. 유망주들은 갑자기 성장도 하기 때문에 5~6월에 미리 뽑으면 그런 선수는 놓칠 수 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논의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야구는 더 나은 야구를 하고 싶어 해외로 떠나는 유망주들을 막아서는 데 익숙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국내에 남은 유망주들이 성장해 KBO 리그의 내실을 다지고 다시 메이저리거로 도약하는 유의미한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제대회 성적을 통해 그 방향도 한계를 드러내는 모양새다.

이제 KBO 리그는 떠나는 아이들을 겁주는 것이 아니라, 남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외부 조건이나 페널티가 아닌 선수 본인이 국내 잔류를 선택하도록 매력적인 리그를 만드는 것. 그것이 한국야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다음 과제다.

[미국으로 향하는 아이들] 또 다시 미국으로 떠나는 유망주, 한국야구는 무엇을 놓치고 있나

① '5년 새 13명' 다시 시작된 韓 유망주 미국 직행, 이젠 현장도 '막을 이유'가 없다

② "야구 더 잘하고 싶어요" 추신수·최지만만 웃었던 미국 직행, 2년 페널티에도 유망주들은 왜 태평양 건넜나

③ KBO 컴바인·계약금 현실화·2년 유예 폐지…韓 유망주 미국행, 막을 게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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