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홈쇼핑과 건전한 경쟁

[CEO칼럼]홈쇼핑과 건전한 경쟁

최영재
2002.08.28 16:25

[CEO칼럼]홈쇼핑사 경쟁의 교훈

[편집자주] 최영재 LG홈쇼핑 사장

지난해 9월 농수산TV의 방송 시작과 함께 우리, 현대 등 신규 홈쇼핑 3개사가 영업에 들어간지 만1년을 맞고 있다. 우선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1년을 일구어 내신 신규 3사에 박수를 보내면서 기업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로서의 '건전한 경쟁'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1년전 많은 사람들은 신규 3사의 등장이 LG홈쇼핑을 비롯한 기존 업체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점유율을 나눠 가져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다. 신규 업체들의 영업이 시작된 이후에 기존 홈쇼핑사의 성장속도는 오히려 늘어났고 전체 시장의 규모도 두배 이상 커져가고 있다. 뜻밖의 결과에 놀라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건전한 경쟁이 시장을 키운다'라는 상식을 생각하면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어느때 보다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함께 달리는 것을 통해 각자의 기록은 더욱 좋아질 수 밖에 없었고, 이제 어떠한 유통업태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체질을 갖추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쟁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시장을 키우는 방향이 아니라 서로를 헐뜯고 깎아내리는 경쟁이었다면 상황은 틀려질 수 있었다.

그러나 경쟁사를 추락시켜 자연스레 내가 선택되기 보다 나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여 고객으로부터 선택되겠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였던 것 같다. 이는 마치 VHS, BETA 전쟁으로 회자되고 있는 마쓰시다와 소니의 상반된 경쟁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동영상 기록재생 매체로서 베타방식을 개발한 소니가 자신만의 노하우를 숨기고 감추려 했다면, 마쓰시다는 VHS 방식을 원하는 기업들에 공개하여 VHS 시장 자체를 키우려 했고 결국 소니의 편협한 경쟁방식은 BETA방식의 멸종을 초래했던 것이다.

지금 홈쇼핑 업계는 결정된 시장 규모내의 이전투구가 아니라 거대 강자인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경쟁을 하고 있다. 기존 경쟁 체제가 두 업체간 힘겨루기인 씨름경기였다면 지금은 백화점, 할인점, 슈퍼 등과 같은 오프라인 유통채널 대 무점포 유통 업체간의 농구 경기와 같다고 비유할 수 있겠다.

다만 앞으로 항구적인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홈쇼핑 5개사 간의 경쟁과 발전 외에 새로운 과제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즉 소매 유통기업에 있어 기업만의 성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소비자 고객과 협력업체가 함께 발전해야 항구적인 성장을 약속할 수 있다.

TV홈쇼핑에 이어 향후 무점포 유통의 총아로 각광 받을 인터넷쇼핑의 경우 아직까지 일부 젊은 계층만이 한정적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당장 이익은 크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이 인터넷쇼핑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합리적 소비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고객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얼마전 시행에 들어간 제조물책임법(PL법)에 대한 대비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품질을 높이는 것이 원가를 낮추는 길임을 일깨워주고 아이디어가 좋은 중소업체 상품의 판로를 열어줘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경쟁을 말하지만 건전한 경쟁을 실행하는 예는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승부는 반드시 있었겠지만 함께 하향 평준화가 되거나 모두 잊혀져 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업종간 경계가 모호해져 매우 다양한 경쟁의 양상 속에 있다. 승자와 패자, 1등과 꼴찌를 막론하고 튼튼하고 큰 시장이 존재해야 항구적인 성장이 가능함을 명심해야 할 때다. 고객과 협력업체, 경쟁사까지 함께 발전하는 '건전한 경쟁'이야 말로 산업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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