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SI업계 `적과의 동침`

[CEO칼럼]SI업계 `적과의 동침`

고원용
2002.09.18 12:34

[CEO칼럼]SI업계 `적과의 동침`

[편집자주] 고원용 한진정보통신 대표이사

세계 여러나라를 다녀 보면 같은 분야의 제품을 파는 상점들이 함께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마치 구구단 공식 같다. 우리 나라만 봐도 사람들은 옷하면 동대문, 보석하면 종로, 전자제품하면 용산을 떠올린다.

그러면 희소가치가 적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비슷한 업체들끼리 굳이 모여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겉으로 보기에는 집합적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승률 제로의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반대이다. 외딴 곳에 혼자만 있는 상점치고 잘 되는 상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듯 집합적 시장이 형성되는 가장 큰 원인은 그것이 소비자와 공급자 양자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점포가 분산되어 있을 때 보다 집중되어 있을 때, 다양한 상품군을 비교하여 빠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또한 흩어져 있던 기존의 수요가 집중되기 때문에 공급자들이 공략해야 할 시장의 범위가 좁아진다. 그러므로 '시장 집중화 현상'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공급자와 수요자와의 오랜 상호 작용 속에 저절로 터득되어온 법칙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집합적 시장은 상생의 정신을 기본으로 한다. 어느 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이러한 시장이 주는 이점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은 필연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밖에 없다.

IT산업에서 '시장 집중화 현상'은 조금 다르나, 그 기본은 같다. 제조업과는 달리 IT산업은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지리적인 공간을 초월한다는 차이점은 있으나 IT산업에서도 결국은'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을 판매하는 업체간의 시장 집적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시스템 통합(SI)업계도 집적화된 시장하에 있다보니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최근의 경향을 보면 여기에 또 하나의 새로운 현상이 첨가되어 시장 형성이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 기존의 경쟁관계가 같은 분야에 있는 업체간의 단순 경쟁이였다면 지금은 업체간의 협력 체제를 통한 복합적인 경쟁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점점 다양해지는 고객 욕구를 혼자서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느끼는데서 비롯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자신의 장단점을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기업들은 경쟁을 통해 자신의 전공분야와 비전공분야를 철저하게 가려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한 후 전공분야의 경쟁력있는 솔루션과 나머지 부분을 채워줄 다른 업체의 경쟁력있는 솔루션을 하나로 엮어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시켜줄 때 그 기업은 경쟁에서 성공할 수 있다.

경쟁 구도가 주는 순기능도 잘 이용해야 한다. 즉,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자신만의 '히든카드'를 위한 기술 개발과 연구에도 힘써야 한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시장이 경직되어 경쟁의 질이 낮아져 있다. 그래서 '공급과잉'이니 '출혈경쟁'이니 하는 말들이 난무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어느 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려 한다면 전체 상황은 더욱 열악해진다. 그것은 마치 프로야구에서 어느 한 팀 혼자 독보적인 전력이 되어버리면, 더 이상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럴수록 업체들은 상호 수요를 견인해가며 서로 협력해야 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상부상조의 정신을 귀하게 여겼다. 이제 SI업계도 고객의 수요를 만족시키면서도 그 수요를 더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개발하기 위하여 상호협력으로 고민의 실마리를 풀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쟁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지혜'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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