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목적 상장지수펀드(ETF)
정부와 업계의 내부 사정으로 상장이 지연되던 상장지수펀드(이하 ETF)가 10월14일 비로소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첫 선을 보이게 됐다. 투자신탁협회와 증권거래소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ETF 상품에 관심을 가진 투자신탁사 및 증권사들은 ETF를 국내 제도의 틀 속에서 소화시키기 위해 상품 구조를 연구해 왔다. BGI나 SSgA와 같은 외국의 ETF 전문 자산운용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상품을 개발하게 된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ETF 상품은 정밀한 이론적 타당성을 가지면서도 실무적으로 활용도가 매우 높은 상품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국가에서 ETF가 크게 번창한 것도 그 유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7년에 70억달러에 불과하던 ETF 규모가 2002년 8월 말 913억달러로 급성장하여 전통적인 인덱스펀드(index fund)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ETF는 개방형 인덱스펀드로 가장 큰 특징은 실물에 의한 환매와 함께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거래된다는 것이다. 발행회사에 의한 환매만이 가능하던 기존의 추가형 수익증권 및 뮤추얼펀드와 비교할 때, 거래소 상장은 유동성 증대와 함께 실시간 거래를 가능하게 하였다. ETF의 순자산가치와 거래 가격을 일치시키는 차익거래 기능도 매우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익거래는 10-15%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던 폐쇄형 펀드의 단점을 극복하였다. 인덱스펀드의 일종이면서 구성 종목이 투명하게 공시되며 펀드 비용이 작다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장점은 ETF가 여러 가지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기금의 주식투자에 활용된다면 투자의 비용 절감과 함께 연기금의 투명성을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투자에 대한 전문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개인의 입장에서도 주식 투자의 수단으로 매우 유용할 수 있다. 특히, 개인연금이나 향후 도입될 기업연금의 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기관투자자가 운용하는 주식형 펀드의 입장에서도 ETF를 이용하여 펀드 관리의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다. 예를들어 펀드의 일부를 ETF로 구성하고 나머지로 펀드의 특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펀드의 운용 및 관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펀드의 특성을 살린다는 것이다.
현재 조성되어 있는 증시안정기금의 발전적 해체를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최근의 주식시장 불안 등을 감안할 때 증안기금의 해체가 물량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주식시장의 일시적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증안기금의 주식을 ETF로 만들어 해체한다면 물량 부담이 없어서 주식시장에도 도움이 되고, ETF를 받은 회원사도 ETF 거래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ETF가 많은 장점과 활용성을 가진 상품이지만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먼저, 차익거래 등의 활성화를 위해 기초자산의 유동성이 풍부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ETF의 거래 가격과 순자산가치의 괴리를 방지하는 차익거래가 활발하도록 거래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셋째, 일반 주식형 펀드와의 차별화를 위해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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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ETF는 세제의 정비 등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지만,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업계와 금융당국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