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매수타이밍은 언제"
지수가 능선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 듯 쭈욱 미끄러졌다. 이래선 안되겠다고 팔려고 마음먹은 사람이 하나 둘씩 늘어간다는 증거다. 흘러내리는 증시는 어느새 낙폭이 커져 있기 일쑤다. 받쳐주는 힘이 없으니 조금만 눌러도 푹 꺼져 버린다. 반등다운 반등을 못하게 된다. 9조원에 육박했던 고객예탁금은 어느새 7조원 중반대로 줄었고, 거래량은 20일 평균치(6억주)에 못미친다. 시장은 지쳐가고 체력은 한계에 도달했다. 장단기 이동평균선은 완전 역배열이다. 약세장에서 보여지는 전형적인 패턴이라는 것이다.
24일 종합주가지수는 기술적 반등 실패와 전저점 붕괴에 따른 실망매물에 더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수주내 이라크 공격' 발언이 전해지면서 연중 최저치로 미끄러졌다. 고객예탁금 등 증시 체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저가 매수 여력 또한 부재, 낙폭을 키웠다.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대비 2.51%(15.75포인트) 급락한 609.43을 기록했다. 전저점(613)을 내줬고 연중 최저치를 바꿨다.
D램 가격 하락세와 이에 따른삼성전자의 약세, 그리고 구정 연휴 이후를 대비하자는 개인과 기관의 손절매(로스컷) 물량도 지수 하락에 일조했다.
코스닥지수도 장초반의 반등시도가 무산되며 연중 최저치로 마감했다. 한때 44선마저 무너지며 지난해 10월 기록했던 전저점마저 위협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3.32%(1.52포인트) 빠진 44.26으로 마감했다. 거래량은 3억8968만주로 전날보다 4715만주 늘었다. 거래대금도 9094억원으로 전일대비 300여억원 늘었으나 부진한 거래상태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부시의 발언, 전운 고조
증시의 발목을 잡는 불확실성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라크전이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미국 및 세계 증시를 억누르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도 부시의 발언은 떨어지는 '칼'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DDR D램 현물가의 급락 소식에 하락하던 증시는 2시14분 경 전해진 부시의 발언으로 낙폭을 단숨에 20포인트 가까이 키웠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날 부시 대통령이 수주일 내에 이라크를 공격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필요할 경우 유엔의 동의 없이도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 유럽 관계자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간은 '몇달'이 아니라 '몇주'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아울러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오는 31일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한후 정확한 공격 시점과 공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에 나온 가장 직접적인 전쟁 시기에 대한 언급으로 국내 증시에 심리적 부담을 안겨준 것이다. 그러나 해소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전쟁 뿐이다. 부시 미 대통령의 성격으로 미뤄볼 때 '대화 해결'은 어렵지 않겠냐는 게 대다수 시각이기 때문이다.
"580선까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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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저하되고 거래량이 줄어들수록 바닥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조언이다. 바닥 수준은 일단 580선으로 가늠된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관망세가 짙다"며 "가격 메리트가 투자자들에게 점진적으로 인식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10월 저점(580선)에 대한 신뢰도는 유효하고 주가수익배율(PER) 8배수가 저점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지금 PER는 8.8배 가량이므로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600선 이하에서는 주식 보유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시 하단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1% 정도 하락했다"며 "금요일은 지난 3주 동안 주간으로 가장 낙폭이 컸던 요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들은 팔고 있고 프로그램 매수세는 유입되지만 다음주 초 매도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 수급은 아직도 좋지 않은 상태여서 추가 하락 리스크가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날 증시는 SK텔레콤을 제외할 경우 8포인트 오른 것이어서 이에 따른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미 증시는 헤드앤숄드 패턴상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고 이는 투자심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구정 전에는 현금 보유자가 늘고 연휴 기간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다음 주 초 증시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580선을 저점으로 제시했다.
SK증권 현정환 과장은 "초반 반짝 하다가 밀리고 있고 개인들의 매도세가 두드러진다"면서 "반등시 주식 비중을 줄이려고 하는 투자자가 많음을 보여줬다"라고 평했다. 그는 "지수가 지지부진하면서 흘러내리는 것은 전형적인 약세장 패턴"이라며 "이는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 과장은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수는 지난해 저점(580선)에서 지지를 받고 매물대가 밀집해 있는 650선에서 저항이 있을 것"이라며 "630선은 머물렀던 기간이 짧기 때문에 매물이 그리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1/4분기 말에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저점이 나타날 것이고 그 이전까지는 오늘 같이 흘러내리는 장세가 연출될 수 있으며 기술적 반등 국면은 이에 따라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지수가 당분간 횡보 및 약세를 보일 확률이 높지만, 주가가 600선 이하로 하락할 경우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차 비중을 높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만, 매수하더라도 즉시 수익을 내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시간적으로 감내해야 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