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카드 위기와 정보 투명성

[기고]카드 위기와 정보 투명성

윤영환
2003.04.25 12:21

[기고]카드 위기와 정보 투명성

신용카드가 영광의 정점에서 오욕의 바닥으로 수직 추락하면서 금융시장에 큰 충격과 부담을 안겼다. 왜 이렇게 갑자기 모든 것이 변해버렸을까? 성장단계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왜 연착륙하지 못했을까?

 

많은 이가 정책을 탓한다. 무리한 규제를 비난하고, 탈선에 대한 방조를 지적하고, 정책의 일관성 결여를 성토한다. 또한 많은 이가 카드사의 과도한 성장전략을 힐난한다. 곧잘 우르르 한 방향으로 쏠려버리는 우리 금융시장의 편향성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모두 나름의 타당성을 갖춘 지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오류의 기저에는 ‘정보흐름의 단절’이라는 시스템 오류가 자리하고 있다. 풍부한 정보에 기초한 충실한 분석이 수반되지 않는 정책과 전략, 투자도 시대의 흐름에만 맞는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무언가에 의해 기조가 바뀔 때는 자칫 참담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기왕의 성공이 관성이 되어 사태를 악화시키고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위기는 2002년 하반기에 부각된 다중채무자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2002년 5월 표출된 당국의 명백한 대출영업 규제의지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는 성장지향적 경영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수익 결제서비스를 확대하여 부대업무비율만 맞추려는 역선택에 기업역량을 기울였다.

그러던 카드사들이 경영전략을 축소합리화로 급선회하게 된 배경은 9월의 다중채무자 정보공유 확대였다. 다중채무자의 문제에는 경쟁사 신용정책의 보수화가 자사의 부실로 이어지는 ‘囚人의 딜레마’가 작용한다. 카드사들은 이를 업계의 공동보조에 의한 점진적 접근으로 풀기보다는 ‘폭탄 돌리기’에 다름 없는 경쟁적이고 충격적인 한도 축소로 대응했고, 결국은 폭발적인 연체율 상승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자충수에 대한 아쉬움과는 별개로 흐름을 바꾼 것이 다름아닌 정보공유 확대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기의 폭발 과정도 같은 맥락이다. 3월 11일 SK글로벌의 분식회계 발표가 충격의 방아쇠가 되었지만 카드채에 대한 평가절하는 이미 한달 전인 2월 11일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의 대환론 추가공개에서 시작되었다. 그 동안의 판단이 송두리째 부정 당하면서 시장은 급격히 약세로 돌아섰고, 이렇게 한껏 고조된 불안심리가 SK글로벌 충격을 계기로 폭발해버린 것이다. 정보투명성에 대한 회의가 투자심리를 무너뜨린 것이다.

 

신용카드 위기를 확대시킨 것은 카드사 자금조달 구조의 모순과 자금시장의 단기부동화였다. 카드사와 MMF 시장을 이어주는 주요 연결고리가 CP시장이었다. CP는 발행절차도 간단하고 금리도 낮아 매우 효율적인 자금조달 수단이지만 기본적으로 변동성에 대한 큰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런 만큼 엄격한 통제기준이 요구되지만 우리 CP시장은 변변한 통계자료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정보투명성의 공백지대다. 이로 인해 CP시장은 곧잘 기업의 정보차단과 투자자의 판단을 호도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옵션CP도 결국 이런 맥락이다.

 

신용카드 위기의 핵심에는 정보투명성 이슈가 자리하고 있다. 간혹 섣부른 정보공개가 위기를 불렀다는 근시안적 사고를 접하게 된다. 쉬쉬하면서 문제를 키웠다면 그나마 지금 남아 있는 희망의 맹아조차 갖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더 일찍 실상에 접근하여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또한 위기 국면에 처하면서 그나마 공개하던 최소한의 정보마저 제공을 회피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이러한 태도는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위기 상황에서 머리를 땅속에 박아넣는 것에 다름없다. 신뢰회복과 투자심리 안정을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정보공개 범위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특히 금융감독정보의 공유 확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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