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자

[기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자

김용덕 관세청장
2003.04.28 13:10

[기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자

청장이 8만7000원, 차장 4만3000원, 여섯 명의 국장 23만4000원, 그리고 네 명의 과장이 10만2000원. 도합 46만 6000원. 회의 비용 표기제에 따라 표시되는 관세청 주간 간부회의의 한 시간당 비용이다.

1회에 두 시간씩 소요되고, 한 달에 4회의 간부회의가 열린다면 총 372만8000원을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회의시작에서 종료까지의 순수한 회의비용만 포함되어 있고 회의 준비에 소요되는 사전 비용과 국장급 이상 고급인력의 비효율적인 시간투입으로 인한 기회비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민간부문의 능률 내지 효율성의 개념이 공공부문에 도입된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민간부문에서의 그것만큼 엄격하게 적용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개혁과 변화가 강조될 때마다 정부조직이나 구조의 개편이 우선 과제로 논의되어 왔고, 일하는 방식의 개선 등 정부의 비효율성은 별로 강조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정부조직이나 구조와 같은 하드웨어적 혁신만으로는 효율적이고 생산성있는 정부를 만들 수 없다. 관료제 비판론자들로 하여금 정부 조직을 비능률의 전형으로 의심케 하는 일하는 행태나 절차, 즉 소프트웨어가 개선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에도 목표관리나 성과연봉의 개념이 도입되어 있지만 이러한 성과지향의 관리 툴로 측정된 결과에 대한 객관성이나 신뢰성은 그리 만족할만한 수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하는 행태나 절차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행태와 절차의 개선은 공공부문의 효율성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심이 하나의 종합적인 정책으로 표현된 것이 최근 관세청에서 추진하고 있는「일하는 방식」개선이다. 관세청은 관세행정 전분야에 걸쳐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수요자 만족을 증진하기 위해 금년 4월부터 3S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업무절차의 단순·표준화(Slim)와 관세인력의 전문화(Specialization)를 통해 관세행정 역량을 핵심분야에 집중시킴으로써 수요자에게는 전문지식과 능률적인 업무수행을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Service-oriented) 것이다. 특히 두 차례에 걸친 관세청 직급별 대표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마련된 업무절차의 슬림화는 기업경영방식을 행정에도 도입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정부를 지향하는 미시적 개혁의 일환이다.

먼저, 회의운영방식을 개선하여 간부회의는 서류없이 노트북컴퓨터를 활용하며, 모든 회의에 시작과 종료시간을 사전에 알리는 '회의시간 예고제'를 도입하고 가능한 한 1시간 내에 종료하도록 하였다. 또한, 모든 보고서는 표준화된 양식에 의해 간결하게 작성하고 불필요한 도표나 그래프를 없애기로 했다. 결재의 경우 전자결재를 원칙으로 하며 직접 대면결재는 최대한 지양할 방침이다.

보고를 위한 대기시간을 대폭 줄이기 위해 일반 내부보고의 경우 대면보고보다는 서면보고를 이용하고 유선보고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앞으로는 '청장모니터링', '전화응대친절도 점검', '청렴도 측정' 등 유사한 제도를 통합하여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함으로써 직원들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업무를 자체 진단하여 하부위임을 확대하며 일선세관으로부터의 보고도 최소화함으로써 일선세관의 역량을 대민 서비스 개선에 집중할 예정이다.

'회의는 효율적으로, 보고서 작성은 간결하게, 결재는 신속하고 간편하게, 복잡한 업무절차는 단순하게' 함으로써 생산성을 제고하려는 것이 관세청의「일하는 방식 혁신」이다.

일찍이 인간의 정보처리능력의 한계와 관련하여 파킨슨은 사소한 사안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지만,조직 내부에 산재한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한 번쯤은 사소함을 사소한 것으로 보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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