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율 카파라치" 없나
한동안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시민들이 촬영해 신고하는 '교통법규위반 신고보상금제'에 대해 '몰래카메라'식의 방법은 시민간의 불신과 다툼을 조장한다는 반대론자들의 주장과 심각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제도라는 찬성론자들의 주장이 팽팽히 엇갈려 갑론을박이 벌어졌었다. 결국 이 제도는 반대여론에 밀려 불과 시행 1년만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채 올해부터 시행이 중지된 상태다.
하지만 이 제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하게 된 원인을 돌이켜 보면 결국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보다는 법규를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일부 운전자들의 목소리가 적반하장 격으로 정책에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방귀뀐 사람이 성낸다'고 잘못해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시민의 대변자인 양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을 사회가 무기력하게 받아들인 기분이 드는 것이다.
왜냐하면 법규를 위반한 사람이 적발돼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은 법치국가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경찰이 보이면 지키고 안보이면 안지키는 운전자의 잘못된 행태가 만연할 때 법질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지 범법자를 고발한다고 해 이를 불신조장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이 법규를 어기면 주위 시민들에 의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되는 영국이나 미국 등 교통 선진국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네거리에서 정지신호를 위반하거나 일단정지를 무시해도 곧바로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시민들의신고정신이 투철하지만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최근 교통안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다시 교통법규 위반자들을 신고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상습적인 위반지역에서의 교통법규 위반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고 음주운전 단속방법의 변경으로 인해 음주운전자들이 크게 늘어나는등 최근 교통안전 상황이 크게 악화됨에 따라 시민단체들이 시민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범법자에 대한 감시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경찰에서도 시민단체 회원들이 촬영해 보내온 법규위반 차량들에 대해 심사를 거쳐 범칙금을 부과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할 태세다. 그렇다면 최근들어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준수의식이 크게 악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교통법규위반 신고제도의 폐지와 교통사범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에 따라 법규를 지키지 않더라도 단속에 걸리지 않을 것이고 적발되더라도 나중에 사면받을 수 있다는 운전자들의 안전의식이 결여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교통법규위반 시민신고제도를 다시 부활하는 것이 안전운전의식 해이로 인한 사고증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또 반복되는 사면조치로 인해 운전자들 사이에 '교통법규는 지키는 게 손해' '지키는 사람만 바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를 바로잡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는 사면을 하더라도 음주운전자, 뺑소니운전자 등 죄질이 나쁜 운전자들이 안전띠 미착용 등과 같은 경미한 법규위반자와 함께 일괄구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어린이날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까지 어린이 교통사고를 50% 줄이고 교통안전을 위한 시설개선에 정부의 교통관련 예산을 우선 배정해 사용토록 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이런 의지가 신속히 결실을 맺는 것은 물론 폐지됐던 시민신고제도가 다시 부활돼 불의의 교통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고 평생 불구가 되는 선의의 피해자들이 단 한명이라도 줄어들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