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택거품 줄이는데 지혜를
최근 주택시장의 버블여부를 놓고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버블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규정짓기는 곤란하지만 한결같이 ‘버블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상 등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버블규명 논쟁 자체도 의미가 있긴 하지만 앞으로는 버블을 어떻게 서서히 완화시키느냐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형성된 버블을 잘못 다룬 바람에 이웃나라 일본은 지난 10여년 간 장기복합불황에 빠졌다.
현재의 버블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국가의 10년, 20년이 좌우된다면 이만큼 중요하고도 신중한 일이 있을까?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과도히 늘어난 통화량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과열방지대책은 번번히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지난 2001년 2/4분기 이후 2년간 수도권 아파트 값은 경기활황세와 저금리기조 덕에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특히 분양가는 불과 몇 년 사이에 평당 1,000만 원대에서 2,000만 원대로 너무도 허망하게 뛰었다. 정책 당국자들은 자괴감을 갖지 감추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랬던 시장이 2003년 중반에 들어서면서 약간 풀이 꺾여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정책도 기여했지만 더 이상 오르면 곤란하다는 시장 자체의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한 듯하다.
이미 전세가격이 몇 달째 하락하고 있고 최근 분양권 전매제한 등 강력한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거래도 크게 줄었다. 벌집모형에 의해 수도권 아파트시장을 분석해 보면, 매매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지만 거래량이 급격히 줄면서 주택경기 순환주기 상 불황국면 초기에 진입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 등 전망기관들이 추가적인 경기둔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처럼 국내경기에 불황징후가 완연해지면 주택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며 가격마저 하락한다면 주택시장도 본격적인 불황국면에 돌입하게 될 수 있다.
가격이 하락하리라는 전망은 반길 소식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하다. 하락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져 버블이 급작스럽게 터지면 복합불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되 서서히 조심스럽게 안정시켜야 하는 것이 정부와 시장의 고민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급작스런 정책 일변도이다. 과거 주택공급이 절대 부족하여 정부가 직접 나서서 통제하고 규제해야 했던 시절의 제도와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짓는 것만 보더라도 처음에는 굴착기, 레미콘 등을 동원해 기초공사, 콘크리트 타설 등 거친 공사를 하지만 어느 정도 집이 완성되어 가면 미장공사, 도색공사 등 미세한 공사를 하는 것이 당연지사가 아닌가?
독자들의 PICK!
그런데 우리의 부동산정책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고 주택금융여건도 크게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요란한 굴착기를 몰고 오는 식이다. 주택투기가 아직도 심하고 서민들의 주거불안이 사회문제가 되므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엄연히 달라진 주택시장 여건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기본적으로 시장을 신뢰하고 정부의 개입은 시장실패로 빚어진 소외계층의 주거문제에만 제한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시야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주택정책을 구상하고 일관되게 추진해 시장이 따라오도록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시장을 송두리째 컨트롤하려는 의도는 무리가 따르고 그 와중에 시대를 거스리는 정책을 펴는 우를 범하게 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급히 서두르다 지나치게 시장을 냉각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버블을 터트리지 않고 서서히 줄여가는 지혜, 이것이야말로 지난 10년간 장기 복합불황으로 통한의 눈물을 흘린 일본이 우리에게 주는 값진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