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몽헌 회장의 유훈

[기자수첩]정몽헌 회장의 유훈

이규석 기자
2003.08.05 13:21

[기자수첩]정몽헌 회장의 유훈

현대 계동사옥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 현대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타계한지 불과 3년만의 일이기에 현대맨들은 물론 한국 재계의 충격은 적지않다.

 정 회장은 4일 공개된 유서에서 "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은 행동을 했습니다. 어리석은 행동하는 저를 여러분이 용서해주기 바랍니다"며 '버거운 삶'을 정리했다. 가장으로서 그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잘못과 용서'를 눈물로 구했다. 특히 대북사업을 주도해 온 그는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주기 바랍니다' '모든 대북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며 금강산에 대해 애증과 회한의 메시지를 남겼다.

 정회장은 정 전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대북사업'에 모든 것을 걸었다.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등 여타 주력기업들은 만신창이가 됐음에도 대북사업에 대한 열정은 뜨거웠다. 정회장이 남북화해의 물꼬를 튼 소떼 방북과 금강산관광사업 등 고인이 남북화해에 끼친 남다른 '열정'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이제 정회장을 죽음을 계기로 기업과 기업인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이뤄져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고인과 같은 기업인이 그 공로를 인정받아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풍토가 조성되고 기업인으로서 극복할 수 없는 제반 환경이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북화해라는 큰 대의를 감안,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우선순위를 점하는 정치논리 못지않게 기업의 논리도 일정부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사회'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금강산 관광객을 실은 설봉호는 '정회장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날 낮 12시 30분 북한 고성항을 향해 출항했다. 금강산은 정회장의 타계 소식을 전해들었을까? 절규와도 같은 정회장의 '금강산사업'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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