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통령이 재경부로 넘겨준 공

[기자수첩]대통령이 재경부로 넘겨준 공

배성민 기자
2003.08.18 12:42

[기자수첩]대통령이 재경부로 넘겨준 공

남북화해와 노사관계 선진화, 경제운용 방향 등을 담을 것으로 주목받아왔던 노무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뚜껑이 열렸다.

경제계에서는 청년실업과 신용불량자 대책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노 대통령은 다른 문제들은 원론적 수준으로 수위를 조절하고 '10년내 자주국방' 이라는 화두에 무게를 뒀다. 물론 '경제 성공없인 다른 성공 없다' 며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원론적 언급이었다. 정부 내에서는 노 대통령의 경축사에 따라 국방부와 재정경제부 등을 수혜부처로 평가됐다.

국방부는 국민의 정부 이후 지속된 햇볕정책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지만 자주국방 선언에 따라 위상이 재고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국방부가 희망에 부풀었다면 재경부는 현재진행형 정책에 대해 대통령의 공식적 추인을 받았기 때문에 고무돼 있다.

노 대통령은 개방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자유무역협정(FTA)을 계속 추진할 뜻임을 밝혔고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서는 재경부의 주장을 대부분 반복했다. 복지와 분배정책을 펼치는 데도 '경제가 회복되는 대로' 와 '성장 잠재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라는 단서를 붙임으로써 재경부 주장인 성장 우선론의 손을 들어줬다.

재경부는 이밖에 또다른 선물을 받았다. 김영주 차관보가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으로 옮겨감으로써 고참급 국장들이 연쇄 이동할 수 있게 돼 고질적 인사적체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사기 저하 원인으로 거론됐던 문제가 해결된 것.

하지만 재경부가 자만해서는 안된다. 신용불량자 급증은 과거 내수 확대를 통한 부양 정책을 선택한 자업자득 성격이 강하고 성장우선론도 보다 정치하고 시장친화적이어야 한다. 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정치논리가 개입된 총선용 경제공약을 내걸지 않고 현실론을 택했다. 감독인 노 대통령의 작전을 소화해야 할 에이스 투수는 재경부 등 경제부처다. 칭찬은 잠시지만 평가는 지속된다. 공은 재경부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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