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이강원행장 "비싼은행 만들것"
외환은행은 지난달 27일 론스타로부터 1조383억원의 투자를 유치, 자본확충에 성공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이후 성사된 금융부문 최대의 자본유치 규모이며 이로 인해 BIS 자기자본비율 하락과 자산확대의 한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외환은행은 단숨에 12%대의 자기자본비율을 확보, 독자생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머니투데이는 은행장 취임 이후 하이닉스 처리와 자본확충이라는 굵직굵직한 성과를 일궈낸 이강원 행장을 만나 론스타와의 협상과정과 자본확충의 의미, 앞으로의 외환은행 경영전략 등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
-론스타와는 언제부터 접촉했으며 이번 자본확충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지난해 하반기부터 론스타를 비롯한 여러 투자자들과 만났습니다. 대주주를 통한 증자, 시장을 통한 증자, 하이브리드채 발행 등을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아 작년말부터 전략적 투자자 유치 쪽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공적자금을 다시 받거나 은행 위상에 큰 변화가 올수 있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자본적정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고 시급했습니다. 이번 자본확충은 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서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시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주주간 이해가 다른 부분도 있었고 대주주와 외환은행간의 입장차이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카드채 문제나 SK글로벌 문제도 있어 어려운 측면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대주주 등 이해관계자가 많아서 힘이 든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시간대와 언어가 달라 실무적으로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선 주주들이 외환은행의 가치증대를 통해 윈윈(win-win)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했고 특히 자본적정성 없이는 아무 것도 안된다는 데 이해를 같이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영진은 이같은 주주의 뜻을 이행해야 할 임무가 있었습니다. SK글로벌이나 북핵 등 한국경제 금융부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증대돼 애로가 됐던 부분도 있습니다.
-론스타가 여러 대상중 굳이 외환은행에 투자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기본적으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한국경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금융부문의 성장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또 외환은행의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높은 지명도, 우량 고객 기반과 우수한 인적자원, 좋은 수익구조와 점포망, 외환시장 점유율 1위 등 여러 요소들로 인해 자본확충만 이뤄진다면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봅니다.
-론스타의 경영참여 이후 외환은행의 전략은 어떻게 가져갈 것입니까.
▶큰 변화는 없습니다. 맥킨지컨설팅의 권고안을 소화해서 외환부문에서 지역적 리더(leader), 소매금융 부문에서 자산관리자로서의 역할, 기업금융 부문에서 솔루션 제공자가 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국내 은행권이 국민, 우리, 하나, 신한은행 등의 4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외환은행이 자본확충을 통해 ‘판돈’을 키웠는데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며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일텐데요.
▶현재 은행산업의 트렌드는 대형화, 금융지주회사 설립,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집중, 수수료수입 중시, 고객별 차별화와 CRM(고객관계관리) 확충, 이종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외환은행은 앞으로 ROE(자기자본수익률)와 신용등급(rating)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해 갈 것이며 그러다 보면 대형화, 겸업화, 전문화라는 추세로 수렴될 것입니다. 외환은행은 3개의 전선에서 전쟁 중인데 첫째는 부실자산을 정리해야 하는 과거 전선, 돈을 벌어서 가치를 높여야 하는 현재 전선, 대형화와 겸엄화를 추구해야 하는 미래전선 등이 그것입니다. 정답은 가장 비싼 은행이 되는 것이고 수익 위험 비용관리와 아울러 인재육성과 발굴을 더욱 철저히 해 나갈 것입니다.
-론스타가 51%의 지분을 보유, 경영에 참가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 론스타의 이사회 참가는 9월16일 주총 이후 계약이 완료되면 이뤄집니다만 우선 구조조정과 관련, 론스타와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론스타가 갑자기 구조조정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론스타와 상관없이도 합리화를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면 취해 나갈 것입니다.
-국내 금융기관에 외국계 펀드 자금이 들어오면서 투기자본의 각축장이 되고 있지 않느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모든 펀드를 투기자본으로 간주하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펀드의 투자목적, 투자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동안 해외투자 자금들은 국내 은행들이 적정한 자본확충을 할 수 있게 했고 대형화, 민영화하는 데 보탬이 됐습니다. 특히 론스타는 다른 일반적인 펀드와 달리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습니다. 재무적 투자자든 전략적 투자자든 가치를 올리는 것은 마찬가지이며 다만 투자기간(time horizon)이 다를 뿐인 데 최근의 추세는 펀드의 투자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이번 론스타의 투자는 외국인들이 한국투자에 대한 시각을 고치는 데 기여한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일생일대의 가장 큰 거래(deal)이 된 것 같습니다.
▶생애에서 가장 큰 경험이었습니다. 외환은행은 한때 가장 크고 좋은 은행이었는데 외환위기 이후 8조6000억원의 손실을 내며 ‘2류은행’ ‘부실은행’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러나 2조2000억원의 증자분을 제외하면 매년 1조~1조2000억원씩 모두 6조4000억원을 벌어서 손실을 메웠습니다. 이번 딜이 이뤄진 것은 이처럼 외환은행 동료들의 고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최근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부문에 대한 매각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이닉스에 대한 기업구조조정은 완료된 것입니까.
▶하이닉스는 지난해 출자전환을 통해 채무구조조정을 했고 LCD부문 매각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사업구조조정도 진행중입니다. 또 임원의 20%를 감원하는 등 자구를 통한 조직합리화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비메모리 부문은 매각을 진행중이며 이를 위해 여러곳과 접촉중입니다. 시티벤처는 중요한 후보중 하나입니다. 하이닉스의 해외시장점유율이 상계관세 등에도 불구하고 14% 수준이며 수율이 85~93%까지 이르러 8월에는 영업이익이 난 것으로 압니다.
<이강원 행장은 누구인가>
이강원 행장은 외환은행이 하이닉스 매각불발과 구조조정 등으로 한창 어려움을 겪던 2002년 4월말 은행장을 맡았다. 1950년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태국 타마사트대 대학원을 거쳐 1985년 미국 존스홉킨즈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부터 산업연구원에서 일한 뒤 1989년 대신증권 상무, 1993년~1995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담당 금융전문위원, 1995년기아포드할부금융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1999년 LG구조조정본부 사업조정팀 전무, 2000년 LG투자증권 지원총괄 부사장을 거쳐 2001년 LG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로 있다가 2002년 5월 외환은행장에 취임했다. 이렇듯 이 행장은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취임 당시 2금융권 출신에다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의 김정태 행장’으로 기대를 모았다. 외환은행의 2대 난제였던 하이닉스 처리와 자본확충 문제를 마무리 지으며 스스로의 가치를 드높였다.
“휴일도 밤낮도 없이 두 문제에 열성적으로 매달렸으며 하이닉스 처리와 자본확충만으로도 외환은행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다”는 게 한 임원의 말. 내부개혁과 세대교체를 추진하던 취임초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실력위주의 인사 등 합리적인 조직운영으로 이를 잠재웠다.
‘국제금융전문가’, ‘영어의 달인’ 등이라는 수식어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겸손하고 솔직한 성품으로 직원들의 신망을 얻고 있다. 남은 것은 외환은행이 장사꾼으로 거듭나 ‘날렵한 코끼리’가 되고 ‘위대한 은행(Great bank)’이 되는 것.
론스타로부터 신임을 받아 임기를 이어가게 된 그는 여태껏 그래왔듯이 떠들썩하게 튀기보다 조용한 행보로 차근차근 성과를 보여줄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