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권업계 "우리가 서자(庶子)냐!"

지난 10일 증권ㆍ투신사 사장단들이 '시중 부동자금 증시유입 방안'을 내놓자 재정경제부는 콧방귀를 뀌었다.
사장들은 온갖 대책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부동산으로만 몰리는 자금을 증시로 돌리려면 증권거래세 인하, 증권상품에 아파트 청약권 부여, 비과세 증권저축 상설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곧바로 "상품개발이나 열심히해라"고 맞받아쳤다. 마치 공부는 안하고 떼만 쓰는 아이에게 핀잔을 주는 것 같은 인상이었다.
증권.투신업계가 건의한 내용 가운데 주식투자 손실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달라거나 부동산 매각대금으로 주식투자를 하면 양도세를 감면해달라는 방안은 설득력이 떨어지긴 했다.
주식손실에 세금혜택을 준다면 주식투자 이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것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부동산 자금을 주식투자로 돌릴 경우 세금 혜택을 주는 것도 편의적인 발상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재경부가 증권투자상품에도 아파트청약권을 달라거나 한해 2조원이 넘는 증권거래세를 낮춰달라는 요구 등까지 "일고에 가치도 없다"고 외면할 수 있을까.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너무 은행에 경도된 금융정책만 고수하고 있다"며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쏠리고 그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은 정부가 은행을 우대하고 증권.투신업계를 서자 취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사장들은 이날 증권사의 ELS가 은행권의 ELD와 같은 금융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예금자 보호대상에서 제외돼 주식시장의 자금이탈을 초래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그건 일리가 있다"고 했다. 사장들이 모여 `굿'을 해야 겨우 금융상품의 형평성 문제를 인식할 정도이니 재경부의 금융정책이 균형을 잃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