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휘자 잃은 전경련

[기자수첩]지휘자 잃은 전경련

이은정 기자
2003.11.02 17:26

[기자수첩]지휘자 잃은 전경련

첼로, 바이올린, 심벌즈, 팀파니 등 관·현·타악기를 포함한 100여명의 연주자가 어우러져 장엄하며 때론 경쾌한 소리를 창조하는 최고의 오케스트라의 비법은 '지휘자' 손에 달려있다. 서로 다른 음색을 지닌 악기와 연주자가 지휘자와 혼연일체가 될때 최고의 화음을 창조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손길승 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수장에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을 추대했다. 이날 회장단 회의는 4시간 넘는 난상토론 끝에 최연장자인 강 회장을 추대키로 의견을 모았다.그러나 새 지휘자로 추대된 강 회장은 밤사이 "건강상 이유로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지휘봉을 놓았다. 전경련측은 "건강에 무리가지 않도록 운영회를 구성하고 빠른 시일내 정식 회장을 추대하겠다"며 강회장을 설득중에 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전경련은 손 회장 후임에 이건희 삼성회장,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빅3’ 중 한 명이 이어받기를 바랬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며 '절대 불가'로 고사했고 그나마 대안으로 떠오른 몇몇 중견그룹 회장들도 손을 저었다.이런 가운데 지휘자 잃은 전경련은 무용론과 함께 해체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400여개가 넘는 회원사의 목소리를 조화롭게 취합해 최고의 음악회를 연출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치권 비자금제공으로 곤경에 처해있고 노사관계도 급속도로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지휘자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전경련은 지휘봉을 놓은 강 회장에게 단상에 다시 올라달라고 보채기 보다 제각각 꼬여있는 음색을 하나로 엮어주는 최고의 지휘자 선정에 나서야 한다. 지휘자도 없이 사방에서 죄는 압박에 마냥 떨고 제각기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을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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