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코스피 78건·코스닥 45건…세자릿수 공시 옛말
책임강화·예측치 부담에 줄어… 미·일 주요국과 대조
"면책조항·기준 정비… 자발적 공개 분위기 형성 필요"
약 20년 새 기업들의 영업실적 전망공시 건수가 74%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기업이 투자자와의 소통수단으로 전망공시를 활용하는 등 투자자를 위한 정보제공이 중요해지는 추세라는 점에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영업실적 전망공시 건수는 코스피에서 78건, 코스닥에서 45건이다. 이는 2006년 코스피 189건, 코스닥 285건과 비교하면 각각 58%, 84%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하면 이 기간에 74% 줄었다.
영업실적 전망공시는 기업의 미래 경영성과에 대한 예측정보를 자발적으로 투자자에게 공시하는 제도다. 2002년 공정공시 제도를 통해 도입됐다. 앞으로 3년 이내 주요 재무성과(매출액·영업이익 등)에 대한 예측정보가 담긴다. 기업정보가 기관투자자나 애널리스트 등 특정 투자자에게 먼저 제공되는 관행을 방지하고 미래 경영성과에 대한 중요한 전망정보는 시장 전체에 동시에 공개돼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제도화됐다.
하지만 공시 관련 법적 책임이 강화되고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재무정보 작성체계가 전환되면서 전망공시가 감소하는 추세다. 전망공시 이후 실적이 예측치와 크게 달라질 경우 고의가 아니라면 면책받을 수 있으나 이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점도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2000년 공정공시 규제시행 이후 전망공시가 시장에서 널리 활용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량적 형태의 전망공시 기준 전체 상장기업의 약 40%가 정기적으로 예측치를 제공한다. 8-K보고서(수시공시), 분기 실적발표, 어닝콜(실적발표)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부정적 전망을 포함한 미래성과 정보를 공개한다.

공시가 활발히 진행되는 배경으로는 면책조항이 꼽힌다. 미국에선 기업이 예측정보라는 점을 명시하고 구체적인 위험요인을 충분히 기재하는 등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법적 책임을 제한한다. 법적 장치 외에도 미국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나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등 주가 연동형 보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경영진이 투자자와의 소통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유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일본에선 도쿄증권거래소의 프라임 시장(최상위 시장) 상장사 대다수가 연간 실적 전망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가 상장규정을 통해 전망공시를 요구하고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 등 기관투자자의 정보 요구가 강화되면서 시장의 압력이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면책조항은 없으나 시장에서 수정공시를 받아들이는 관행이 정착하면서 전망공시가 활발히 이뤄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망공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적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다양한 공시형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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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윤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면책조항을 보다 명확히 제시하고 정정공시 기준도 정비하면 공시판단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단일 수치 중심의 공시 외에 다양한 공시형식 도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논의가 진전될 경우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예측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개인투자자와 소수 주주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글로벌 투자자에게도 한국 자본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